대학생이 된 해였다. 그 당시에도 오사카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가장 많이 가는 관광지 중 한 곳이었다. 도톤보리, 오사카성, 가이유칸 아쿠아리움, 유니버셜 스튜디오까지. 오사카의 핵심을 모두 보겠다는 의지로 가기 전에 오사카 전반을 열심히 공부했다.

  목표는 달성했다. 공부한 곳을 모두 보겠다는 의지로 걸음을 이리저리 옮겼다. 그런데 귀국길에 몰려오는 감정은 말 그대로 ‘현자 타임’이었다. 기시감(?)이랄까. 랜드마크를 갈 때마다 어디서 한번 본 거 같은, 잊고 있던 데자뷔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휘몰아쳤다. 인터넷에서 봤듯이 도톤보리 거리엔 한국인 반이었다(나머지 반은 중국인이었다). 그 한국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오사카성에 모였고, 오사카성은 공부했듯이 그곳에 있었고 예뻤다. 그리고 내 감흥은 그게 끝이었다. 나머지 관광지도 새로운 문화를 몸으로 접하는 해외여행이 아니라 SNS에서 사람들이 올리는 오사카의 사진이 ‘팩트’인지 확인하는 취재 과정 같았다.

  “빰빰빰 빰빰빰 가고시마시~”

  왕복 항공권이 단돈 11만 원! 행사 가격에 혹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찾아간 일본의 소도시 ‘가고시마’.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기는 도시 홍보 영상은 강력했다. 학생들이 에어로빅 옷을 입고 아크로바틱한 춤을 추며 “가고시마시~”를 반복해 외치는 홍보 영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가고시마는 소도시인 만큼 오사카와 교토와 비교해 랜드마크는 적었으나 일본만의 문화를 체험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일본어 메뉴판만 있는 식당에서 아무거나 찍어서 시켰더니 ‘닭고기 육회’가 나왔다. 가고시마 특산품인 고구마 소주와 어울리는 안주였다. 숙소로 갈 땐 지상 열차를 이용했다. 까까머리를 한 남학생이 통학하면서 수학 숙제를 하고 있었다. 눈을 돌려보니 이곳 학생들은 검정 고무신 시대의 나올 법한 인상착의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까까머리, 여자는 똑 단발에 틴트도 바르지 않았다. 관광객이 몰리는 화려한 대도시에선 느낄 수 없던 일본의 모습이었다. 유명 관광지는 없어도 가고시마란 도시 자체와 일상이 여행을 왔다는,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나는 여전히 혼자 멍 때리면서 “가고시마시~”를 흥얼거리곤 한다.

  ‘나도 그곳에 갔다’란 성취감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온전히 해외 문화를 체험하고 싶단 기대로 비행기에 올라탔었다. 그런 마음으로 다음 여행지를 생각해 보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그것이 여행의 시작이다.

 

<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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