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희 사진부장
김준희 사진부장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변신했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if(kakao) 2025’에서 카카오톡의 채팅·친구·탭 구조 전반을 손보는 개편안을 내놓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에 혹평이 쏟아졌다.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 꺼라’, ‘카톡이 인스타그램이냐?’ 등 업데이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찾아보긴 힘들다. 심지어는 포털사이트에서 이번 업데이트를 다시 되돌리는 방법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업데이트된 카카오톡은 촌스러운 인스타그램과 다를 바 없다. 주요 업데이트 사항인 프로필 UI 개편, 친구 목록의 피드화가 전반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유명인과 인플루언서가 피드를 통해 스타일을 드러내고, 그를 팔로우하는 이용자들은 기본 홈에 뜬 피드를 보고 좋아요와 댓글로 반응한다. 카카오의 인스타그램 흉내는 이번이 처음만은 아니다. 지난 2023년 9월에는 인스타그램의 24시간 한정 게시 콘텐츠인 ‘스토리’를 따라한 ‘펑’을 선보였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의 형식을 무작정 복사, 붙여넣기 하는 카카오의 행보는 소비자의 반감만을 일으키는 결과를 낳았다.

  현대인은 여러 상황에서 다른 페르소나를 설정해 새로운 자신을 만들고 그에 맞는 정체성을 형성한다. SNS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SNS에서 개인은 ‘보여주고 싶은 나’를 ‘보여주고 싶은 대상’에게 선택적으로 노출시킨다. 반면 원하지 않아도 나의 일상이 현실의 지인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카카오톡의 이번 업데이트는 페르소나 뒤에 숨고자 하는 개인의 피로감을 가중시켰다. 또한 기존의 메신저 역할을 넘어 일상을 공유하는 SNS로 변모하려는 업데이트는 오히려 소통의 목적에 맞지 않게 불필요한 정보를 과하게 제공할 뿐이다. 

  실제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이 주변과 소통할 수 있는 현실과 맞닿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카카오톡이 할 수 있는 전부이자 해야 하는 전부였다. 잘 되는 건 무작정 따라 하는 따분한 전략은 질색이다. 소비자의 니즈에 대한 조금의 고려도 없이 잘 돼가는 남의 떡에 탐을 낸 결과는 업데이트를 취소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불만으로 돌아왔다. 맛있어 보이는 남의 떡을 무작정 따라 만들기 전에,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서 제 역할에 기반해서 소구할 수 있는 가치를 재고해 보길 바란다.

 

김준희 사진부장 hee@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