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 기자
김규리 기자

 

  지난 학기 취재 기자 시절, 신임교원 인터뷰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을 인터뷰했다.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시다가 교수직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봤다. 교수님은 학문에 대한 탐구를 누구보다 사랑했기에,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찾아 교수직을 선택했다고 하셨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랑하는 일에 몰두하는 삶이 이렇게 단단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좇을 때, 비로소 성취와 만족도 따라온다는 사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우리는 빈번하게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내가 세운 목표와 걸어온 길은 그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일까, 진로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때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늘 떠오른다.

  비슷한 생각은 에스팀 김소연 대표를 인터뷰했을 때도 들었다. 김 대표는 외적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누구보다 사랑했다고 했다. 사랑하는 일을 좇다 보니 자연스레 모델 에이전시를 만들고 패션과 문화 영역을 개척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어떤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추구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정상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담담한 말 속에서 오히려 큰 울림을 느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좇으며 살아가는 삶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현재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여전히 많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진로와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일을 찾고 그 길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눈 앞의 성과에 쫓기기보다,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 줄 사랑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은 남들이 말하는 ‘특별한 길’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보통의 길일지라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특별하다.

  앞으로 나는 누군가의 말에 휘둘려 억지로 다른 길을 찾기보다 나의 마음이 오래 머무는 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려 한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그 말이 내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

 

김규리 기자 ever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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