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은 고대신문 창간 78주년이었다. 현직 학생기자로서 창간기념식에 참석했다. 기념식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단연 ‘비전 80’이었다. 고대신문 창간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준비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대학 언론의 쇠퇴 속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현실도 담겨 있었다. 2010년대 모바일의 발달로 종이신문이 급격히 쇠퇴했고, 그 여파는 대학 언론에도 미쳤다. 직접 그 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1980~1990년대 대학 언론은 제도권 언론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대학 언론의 활동은 사회적으로도 주목받았다. 당시 발행 부수는 6만 부를 넘었고, 다양한 기업의 광고도 실렸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는 학내 구성원조차 신문을 잘 찾지 않는 현실이다. 매주 세종캠퍼스에서 신문을 직접 배부하지만, 일주일 뒤 다시 가보면 지난주 신문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고연전에서 신문을 배부할 때도 느꼈다. 요즘은 신문을 읽지 않는다. 경기장 앞에서 신문을 나눠줘도 받아 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읽는 이는 적지만, 신문을 만드는 일은 그만큼 고된 과정이다. 단 한 문장을 위해 몇 주 동안 고민하고, 휴대전화에는 전화와 이메일 알림이 끊이지 않는다. 어렵게 인터뷰이를 구해 취재해도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 이런 고민은 글 기자뿐만 아니라, 원고를 함께 다듬는 부장과 국장도 함께 짊어진다. 모두의 노력이 담긴 기사를 마치고도, 그 신문이 배부대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쓰라리다.
사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부끄럽지만 ‘재밌겠다’는 이유 하나로 입사한 필자는 고대신문을 자주 읽지 않았다. 텔레비전과 유튜브만 켜도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기 때문이다. 이미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굳이 종이신문을 찾아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SNS의 발달도 한몫했다. 학교 이름만 검색해도 최신 소식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데, 주 1회 발행되는 신문을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고 믿는다. 며칠 전 수업 중 교수님께서 고대신문 여론연재 코너인 ‘냉전’을 언급하셨다. 직접 쓴 글은 아니었지만, 누군가 읽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어쩌면 대학 언론의 답은 대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만이 쓸 수 있는 기사를 써 나간다면, 대학 언론은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대학 안에서 답을 찾고, 대학과 관련된 주제를 탐색한다. 우리는 ‘대학’ 언론인이기 때문이다.
호경필 기자 scribeet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