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분석·기출 풀이 등 진행
대학의 학원화 우려 나오기도
“차별화된 교육과정 제공 필요”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가 2008년 도입 후 계속 증가해 올해 1만7230명이다. 이병준 자유전공학부장에 따르면 고려대에서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 수는 매해 1500~2000명에 달한다. 이에 고려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은 LEET 대비 강좌를 신설하고 있다. 강의 개설이 대학의 학원화를 이끈다며 우려하는 측에서는 문제 풀이가 아닌 사고력 함양에 집중한 강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고려대에 개설된 강좌 중 LEET 준비를 돕는 수업은 교양선택 ‘비판적사고와논리’와 행정학과 전공선택 ‘행정의이해와논리적사고’다. ‘비판적사고와논리’에서는 총 16주차의 수업 중 한 주차만 LEET·공직적격성평가(PSAT) 기출을 풀이하고 나머지 수업 시간에는 연역법, 귀납법, 비형식적 오류 등 논리학 이론을 학습한다. 01분반 강의를 담당하는 김종진(고려대·철학) 강사는 “약식 설문조사 결과 수강생 절반은 로스쿨 준비보다 논리학에 대한 관심으로 수강한다”면서도 “학생 수요가 증가해 LEET 기출 풀이 과정을 지난 학기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행정의이해와논리적사고’는 PSAT과 LEET를 대비하는 학생을 위해 올해 2학기 신설됐다. 이번 학기 중간고사는 행정고시 서술형 문제에 답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해당 강좌의 주 내용은 문제 풀이가 아닌 법조계 진로 소개였다. 강좌의 후반 과정을 담당하는 차정규(고려대·행정학) 강사는 “LEET 풀이보다 로스쿨 생활과 법조계 진로 강연 위주로 강의를 구성했다”며 “기출문제 풀이도 진행하지만 핵심은 아니”라고 말했다. 해당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이권영(문과대 사학23) 씨는 “LEET 실전 문제 풀이를 예상했지만 진로 강연 중심이라 아쉬웠다”고 했다. 자유전공학부에서는 다음 학기부터 LEET에 출제됐거나 출제될 수 있는 지문을 분석하는 ‘분석적독해와리걸마인드’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 학부장은 “LEET와 관련이 있지만 수업의 근본적 목표는 논리적 사고력과 독해력 증진”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에서는 실전 문제 풀이 비중이 고려대 강좌보다 높은 수업이 개설됐다. 성균관대는 LEET·PSAT 기출문제를 풀이하는 강의 ‘언어논리’와 ‘상황판단과추리논증’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강의를 수강한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23학번 A씨는 “출제위원 출신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다양한 논리 유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며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됐지만 LEET 점수 향상으로 직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홍익대도 LEET·PSAT 기출 문제를 풀이하는 ‘상황판단과추리논증의이해’을 운영 중이다. 강의를 진행하는 박현석(홍익대 법학부) 교수는 “LEET는 일찍 대비할수록 좋다고 보고 2학년 대상으로 강좌를 개설했다”며 “기출문제 지문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했다.
고시 대비 강좌가 늘어나면서 대학 교육이 학원 수업과 유사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씨는 “강의를 들으며 깊이 있는 지식을 얻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학문적 성격은 약한 것 같다”고 했다. 이 학부장은 “대학의 학원화 우려로 교수자 사이에서도 LEET 대비 강좌 개설을 두고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 수요가 느는 만큼 대학만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학부장은 “대학이 학원과 다른 강좌를 제공하려면 실전 문제 풀이가 아닌 독해력·사고력 증진에 집중해야 한다”며 “대학의 본래 역할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차 강사는 “대학이 보유한 인적 자원을 활용해 현직자와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특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에서 ‘언어지문분석’을 강의하는 박정하(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는 “학교 정규 과목을 이수하면서 고시에 대비할 수 있는 프리-로스쿨(Pre-Law school) 과정을 마련한다면 독창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 | 최소은·홍예원 기자 press@
인포그래픽 | 주수연 기자 yoye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