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하거나 오픈채팅방에서 답안을 공유하는 등 부정하게 시험에 임한 사례가 연달아 적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명문대서 벌어진’이란 수식어까지 붙으며 활발히 공론화됐지만 이 같은 부정행위는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알고도 모른 척하던 문제가 대대적 보도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고려대는 이미 지난해 1학기 교양필수 ‘생명과학의세계’에서 AI 활용 고득점 편법 문제를 겪었다. 학생들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맡기니 공부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했다. 이후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하려 전면 대면 시험이라는 ‘직접 감시’를 택했다.

  부정하게 시험에 응시해 적발된 학생은 언제나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노력의 성과와 공정의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심과 선의에 기대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도록 가볍게 관리한 학교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1400명가량이 듣는 비대면 강의를 개설해 놓고 컴퓨터를 활용하는 평가 방식 적용은 사실상 AI 활용을 묵과한 것이다. 문제가 된 ‘고령사회에대한다학제적이해’는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 후 시험 전용 브라우저를 시범 도입하고 있다. 이는 일부의 일탈을 전체에게 전가하는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부정행위를 원천 금지하기 어려운 만큼 AI 일상화에 걸맞은 교육 시스템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 이미 AI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는데도 전통적 교육, 평가 방식에 머무는 것은 학생의 AI 과의존과 그에 따른 사고력 저하를 방조하는 것이다. ‘명문사학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 ‘발각되면 F 처리’라는 엄포만으로 절대 AI와 학생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

  고려대는 2023년 3월 국내 대학 최초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올해 8월 개정한 후 교수자에게 80여 페이지 분량 책자를 배포하고 강의계획서에 관련 내용을 안내하도록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학교는 ‘재량권’을 앞세운 책임 미루기가 아니라 대학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교육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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