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류가 과다하게 첨가된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가 논의되고 있다. 당류 과다 섭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대립하는 가운데 고려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설탕세, 국민과 국가를 위한 선택 - 김민섭(생과대 환경생태25)

  설탕,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이당류. 이 분자는 우리의 식습관과 건강을 결정짓는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57g의 당을 섭취하는데, 이는 WHO 권장 당 섭취량의 1.5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비만, 당뇨, 지방간 등 여러 생활습관병을 일으킨다. 특히 설탕은 다른 감미료보다 소비 비중이 높고 그 열량과 대사 위험성이 명백한 물질이다. 따라서 설탕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부과하는 설탕과다사용세(이하 ‘설탕세’)는 도입돼야 한다.

  설탕세의 핵심 목적은 국민 건강 증진이다. 물론 과도한 당 섭취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국가는 개인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할 책임이 있다. 설탕세를 도입한 영국에서는 도입 후 5년간 주요 기업 음료 제품의 당 함량이 46% 줄었다. 멕시코 역시 제도 시행 1년 만에 가당 음료 소비가 7.6% 감소했다. 단순한 소비의 이동이 아니라 비만과 당뇨의 발병률 자체를 낮춘 구조적 변화였다.

  또한 설탕세는 단순히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아닌 예방 중심의 재정정책이자 경제적 외부효과를 교정하는 *피구세다. 설탕으로 인한 질병 치료비는 사회 전체가 부담하므로 세금으로 그 비용을 내부화할 필요가 있다. 확보된 세수는 건강보험 재정 강화, 지역 보건사업 투자 등으로 순환돼 국가 재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영국 정부는 설탕세로 연간 약 5000억 원의 세수를 확보했고 이를 초·중등학교의 체육·영양 프로그램에 재투입하고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설탕세가 국민 건강을 위한 투자와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조세 정책임을 보여준다. 혹자는 설탕세가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불합리한 규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담뱃세가 흡연율을 낮추며 국민의 의료비를 절감하고 건강보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처럼 설탕세 역시 개인의 건강을 지키고 국가 재정을 강화하는 주세형 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

  甘呑苦吐(감탄고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이 있다. 다만 이제는 단맛을 아무 생각 없이 삼켜도 되는지 재고해야 할 때다.

 

*피구세(pigovian tax):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재화나 서비스에 부과하는 세금.

 

설탕은 죄가 없다 - 한민수(문과대 사학21)

  설탕세 도입 논의가 다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탕 과다사용세 토론회’를 열고 입법 방안을 검토하며 설탕세가 4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설탕이 과도하게 많이 들어간 식·음료에 세금을 매기고 이를 통해 얻은 재원을 저소득층 건강 증진과 지역의료격차 해소 등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국민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세수 확보에 방점이 찍힌 조세 정책에 가깝다.

  우선, 국내와 해외의 상황은 다르다. 영국, 프랑스 등 117개국이 설탕세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미 우리 사회는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다. 저칼로리, 제로 슈가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고칼로리·고당 식품 소비는 자연스레 줄고 있다. 굳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도 시장이 자율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물가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설탕세로 인한 가격 인상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음료·외식업계 등 관련 산업 전반이 위축돼 중소 자영업자의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단기적으로는 소비 감소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민 생활 전반의 경제적 부담만 키우게 된다.

  설탕세가 역진적 성격을 띠는 것도 문제다. 설탕세는 대표적인 간접세로 상대적으로 값싼 고열량 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을 준다.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결국 설탕세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단순한 접근이다. 비만과 당뇨의 원인은 설탕 섭취 하나에 있지 않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 스트레스, 사회경제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근본 원인을 외면한 정책이 국민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 순 없다.

  설탕세 논의는 이러한 한계로 인해 2013년과 2021년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달콤함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발상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 조세 확대를 위해 포장된 명분에 불과하다. 섣부른 조세 정책보다는 생활 습관 개선과 사회적 환경 변화에 초점을 맞춘 균형 잡힌 보건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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