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분열 낳는 막말 현수막
“품위 있는 말로 존중해야”
제10회 세상을 바꾸는 리더 렉쳐 시리즈가 20일 서울캠퍼스 대강당 아주홀에서 열렸다. 연사로 나선 정세균(법학과 71학번) 전 국무총리는 ‘정치 언어의 힘과 정치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제20대 전반기 국회의장과 제46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정 전 총리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국 국회의사당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영국 의사당에는 양당이 물리적 충돌 없이 토론과 설득, 타협으로 국정을 논하라는 ‘소드라인(Sword line)’ 전통이 있다”며 “의회는 말로 평화롭게 경쟁하고 의사결정 하는 협의체여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정치의 문제로는 정치인의 거친 언어 사용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여야가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서로에게 고성부터 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지지층을 결집하려 분노하고 공격하는 모습을 연출해 미디어 노출을 노리는 최근의 정치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정치 양극화 문제를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허위 사실, 비방, 왜곡이 난무하는 현수막은 여야 편 가르기를 심화하고 국민이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정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국민은 국회가 실효성 있는 윤리 규범을 제정하도록 촉구하고 정치 현수막 설치를 전면 금지하라는 캠페인을 이끌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막말 정치인을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정치 언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부적절한 발언이나 실언을 했을 때 신속히 사과해야 한다”며 “정치인의 말이 격조 있고 합리적이어야 일을 잘하는 의회가 탄생하고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교수의 ‘한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 양극화다. 여야가 그 어떤 문제도 타협을 못 한다’는 말을 인용해 정제된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치가 발전하려면 정치인들이 품위 있는 말을 사용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강연을 들은 이다현(문과대 불문22) 씨는 “정치계 리더가 가져야 하는 덕목을 알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권경빈(자전25) 씨는 “정치를 제도 변화가 아닌 언어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고 했다.
글 | 김율리 기자 julius@
사진 | 한예리 기자 dppf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