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요리를 하기는 귀찮고 배달비는 부담스러운 자취생에게는 정착할 수 있는 식당 한 곳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정경대 후문 주변 지하에 자리 잡은 한식당, ‘동네’가 그런 장소다.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학생은 물론 교수님과 직장인까지 모여 북적북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단골과 식당 아주머니 사이 가벼운 인사와 담소에서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데 그 정감이 매일 이곳으로 사람들을 부른다.
음식의 가격대가 7500원에서 8500원 사이로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자취생도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달리 식사는 절대 소박하지 않고 구성이 탄탄하다. 주메뉴는 양이 푸짐하고 기본 제공되는 밑반찬은 종류가 다양하다. 밥과 밑반찬은 제한 없이 더 받을 수 있다. 아주머니께서 비운 반찬 그릇을 보고 “더 줄까?”라며 먼저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시기도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김치찌개다. 뚝배기에 담긴 채 보글보글 끓는 모습을 보면 공부로 지친 하루의 입맛이 되살아난다. 잘 익은 김치의 칼칼함과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국물을 한 숟갈 뜨는 순간 속이 따뜻해진다. 혼밥을 한다면 제육볶음을 추천한다. 고소하고 매콤하게 볶아진 돼지고기와 다양한 밑반찬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식사가 풍성해진다. 게다가 제육볶음을 주문하면 미역국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밑반찬이 매일 바뀐다는 것이다. 시금치, 잡채, 떡볶이, 도토리묵, 오이소박이 등 올 때마다 매번 조금씩 다른 반찬이 나를 반긴다. 계란말이와 콩나물은 고정 메뉴로 늘 등장하기에 동네의 밑반찬에서는 늘 익숙한 새로움이 느껴진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 속에서도 따뜻한 한 끼와 정감 있는 작은 여유를 선물해 주는 곳, 동네에서 식사하면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집밥이 그리운 자취생이라면 동네를 방문해 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김주환(문과대 철학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