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해 아쉬웠던 전반전
후반에 압도적 승기 잡아
영리한 패스, 트라이로 이어져
또, 승리다. 고려대가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정기 고연전 럭비 경기서 41-27로 승리했다. 고려대는 전반전 연세대에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내줬지만, 후반전 체력적 우위로 승리의 기운을 완전히 가져왔다. 뛰어난 선수가 많은 고려대답게, 최다 득점자인 이문규(사범대 체교22. FB)와 믿고 보는 키커 김현진(사범대 체교21, S.O), 주장 김원주(사범대 체교23, FB)와 원정호(사범대 체교20, Prop)를 포함해 많은 선수가 승리의 뱃노래를 부르는 데 일조했다.
실점 잦았던 전반, 동점 마무리
전반전 10분경 이문규가 선제 트라이를 터뜨렸다. 인골 라인 바로 앞에서 라인아웃으로 공격권을 따낸 고려대는 럭을 형성해 공을 왼쪽으로 돌렸고, 가장 왼쪽에 있던 이문규가 패스를 이어받아 트라이로 만들었다. 그러나 전반 14분 한준(연세대22, No.8)의 트라이와 서우현(연세대21, S.O)의 컨버전 킥이 잇따라 성공하며 연세대가 5-7로 리드를 잡았다. 고려대가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연세대의 득점이 이어졌다. 전반 20분 스크럼 상황에서 손쉽게 공을 빼낸 연세대는 킥을 이용해 전방으로 공을 넘겼다. 미처 후방으로 복귀하지 못한 고려대 선수들이 빈틈을 보였고, 공을 받은 김태균(연세대 22, S.O)이 여유롭게 인골라인을 돌파하며 점수는 5-14로 벌어졌다. 전반전 32분까지 선수들은 득점을 위해 경기장을 누볐지만 연세대가 흐름을 계속 가져가는 듯했다.
33분 이문규가 역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인골라인 앞 라인아웃에서 나태웅(사범대 체교21, Prop)이 공격권을 가져오며 몰이 형성됐다. 몰로 양교가 얽힌 상황, 이문규가 패스를 받아 인골 라인까지 전력 질주하며 트라이를 만들었다. 이어 컨버전 킥 기회를 얻은 김현진이 킥을 성공시키며 12-14로 추격했다. 김현진은 킥에 이어 트라이도 만들어냈다. 연세대 진영 한가운데서 진행된 스크럼이 빠르게 득점으로 연결된 결과였다. 극적인 트라이로 고려대는 17-14의 상황을 만들며 다시 역전에 성공했지만 연세대가 킥을 성공하며 전반전은 동점으로 종료됐다. 스코어 17-17.
후반, 승리 가져온 고려대
후반전도 치열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연세대의 트라이가 먼저 나왔다. 접전이 펼쳐지던 후반 7분 연세대 인골라인 앞에서 양 팀 선수들이 강하게 맞붙었다. 혼전은 원정호를 앞세운 고려대의 트라이로 마무리됐다. 김현진이 다시 한번 가뿐하게 컨버전 킥을 성공시키며 24-24, 상황은 원점.
남은 시간은 고려대의 독무대였다. 압도적인 점수 차가 전개됐다. 후반 12분 수비가 분산된 틈을 타 김현진이 황정욱(사범대 체교20, No.8)에게 패스를 건넸다. 공을 잡은 황정욱에게 연세대 수비수 3명이 뒤늦게 따라붙었고 이문규가 득점 기회를 잡았다. 이문규는 황정욱의 패스를 받아 역전의 트라이를 성공시켰고, 이어진 컨버전 킥도 김현진이 어김없이 마무리.
자신감을 얻은 이문규는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김원주의 득점으로 승기를 잡은 고려대는 후반 29분 스크럼 상황에서 영리하게 공을 빼냈다.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패스를 오른쪽으로 전개하며 경기장 우측을 활용하다 인골라인 직전, 좌측에 홀로 빠져있던 이문규에 공을 넘겼다. 그대로 트라이를 성공시키며 점수 차는 17점으로 크게 벌어졌다. 반면 연세대는 후반 35분 킥 이후론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에도 고려대는 연세대의 인골라인 코앞까지 진격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후반 종료와 동시에 성공한 고려대의 트라이는 아쉽게 득점으로 인정되지 못했고 경기는 고려대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최종 스코어 41-27.
주장 김찬주(사범대 체교20, No.8)는 “여러 대회에서 고려대가 압도적 우위를 점해 선수들이 방심하거나, 욕심을 부려 실수하기도 했다”면서 “전반이 끝난 후 선수들끼리 준비한대로, 배운 대로 하자고 다독였다”고 전했다. 이어 “다들 당연히 이길 것이라 말했지만, 당연한 승리는 아니었다”며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 끝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고려대 럭비부의 승리는 고연전 종합 전적을 2승 2패,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글|이경준·정혜원 기자 press@
사진 | 염가은 기자 7rrl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