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디어>의 첫인상은 난해함과 불편함의 연속이다. 처음엔 주인공인 의사 스티븐과 그에게 불행을 가져오는 소년 마틴의 관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럽다. 스티븐이 마틴과 비밀스럽게 만나는 장면에서는, 마틴이 스티븐의 혼외 자식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마틴의 존재를 숨기려는 듯한 스티븐의 태도는 이 오해를 더욱 부추긴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스티븐과 마틴의 만남은 점점 잦아지고 그들의 부자연스러운 관계는 시종일관 불쾌감을 자아낸다. 장면마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배경음악은 불쾌한 분위기를 더 심화하고, 관객에게 심리적 압박과 혼란을 느끼게 한다. 아름답게 비칠 수 있는 장면들에서도 배경에 삽입된 서스펜스 음악이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시각적 요소도 눈길을 끈다. 영화의 촬영 기법과 화면 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특히 풍경과 건축물 등 영화의 배경이 단순히 배경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예사롭지 않은 병원 디자인은 단조로울 수 있는 일상 공간을 서스펜스의 주요 무대로 바꿔놓는다.
영화 중반부는 스티븐의 가족에게 닥친 불행이 구체화하는 지점이다. 마틴의 저주로 인해 스티븐의 자녀들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게 되면서, 스티븐은 점점 더 절망에 빠져든다. 여기서 영화는 스티븐의 죄와 그로 인한 대가가 무엇인지 드러낸다. 과거 스티븐이 저지른 의료 사고로 마틴의 아버지가 죽었고, 이것을 이유로 마틴이 스티븐 가족에 복수를 결심한 것이다.
스티븐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이미 마틴의 아버지가 죽은 이상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 가족을 살리고 싶지만, 저주를 끝내기 위해선 가족 한 명을 죽여야 한다. 무력한 스티븐의 모습은 답답하면서도 안타깝다.
다만 영화의 결말은 후반부까지 이어진 긴장감을 생각했을 때 다소 아쉽다. 스티븐이 절망 끝에 희생양을 결정하는 모습은 강렬하지만, 그 전개의 급작스러움은 납득하기 어렵다. 복수의 화신 같은 마틴과 무력한 스티븐의 모습이 자아내던 긴장감이 결말에서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는 관객에게 도덕적 책임과 운명, 희생의 문제를 고민하게끔 한다.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선택이 초래하는 복잡한 결과와 고뇌를 서사에 담아낸다. 시각적 요소와 음악은 관객을 더욱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해 난해하면서도 흥미로운 작품이 완성됐다. 그러나 결말은 다소 아쉽다.
차승민(정보대 컴퓨터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