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다문화’라는 개념이 낯설지 않다. 고려대에서도 여러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타국에서 온 그들은 한국 생활이 때로는 낯설지만, 설렌다고 말한다.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한국에서도 고향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들을 함께 찾아가 봤다.

 


세계가 스며든 캠퍼스

  유학생들은 학내 여러 활동에 참여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있다. 동아리나 모임에서 한국인 친구를 사귀고, 서로의 문화를 소개한다.

 

중앙 언어 교환 동아리 ‘LECA’

루카스 씨가 부원들에게 체코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25일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카페 ‘지식을 담다’에서 언어 교환 동아리 ‘LECA(회장=이장호)’의 특수 언어 교환 세미나가 진행됐다. 체코에서 온 루카스 코리넥(Lukas Korinek, 프라하체코기술대) 씨는 이날 발표를 위해 체코의 역사와 문화, 언어를 재미있게 알려줄 자료를 손수 준비했다.

 

태권도부

누르 씨는 태권도를 배우고 친구를 사귀고자 태권도부에 가입했다.
누르 씨는 태권도를 배우고 친구를 사귀고자 태권도부에 가입했다.

 

  “한국에 와서 태권도부에 들어온 것은 운명 같아요.” 아키프 누르나임 빈 노르잠리(Akiff Nur Nain bin Norzamly, 정보대 컴퓨터23) 씨는 태권도부(부장=박동민)에서 설악산을 오르고, 30km 행군한 여름 합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학기부터는 전국 대학 태권도 동아리 선수권 대회 출전을 위한 겨루기 훈련을 하는데, 지난달 대회에서 누르 씨가 포함된 고려대 태권도부는 남자 종합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누르 씨는 유학생들에게 태권도부를 추천한다. “한국인 친구도 많아졌고, 운동하면서 건강도 좋아졌어요. 태권도부 학우들은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한국어센터

투랄리예바 씨가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 그는 후배들에게 “유학 생활이 처음엔 힘들 수 있지만,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 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투랄리예바 씨가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 그는 후배들에게 “유학 생활이 처음엔 힘들 수 있지만,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 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투랄리예바 나자르굴(Turaliyeva Nazargul, 한국어센터) 씨는 한국어센터에서 한국어 4급 수업을 듣고 있다. 틱톡,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어센터를 알리는 홍보 도우미 역할도 수행 중이다. “한국에서 유학생들이 어떻게 사는지와 한국어센터의 여러 활동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업로드해요. 제게 문자를 보낸 학생이 한국어센터에 입학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어 동아리 ‘호기’

‘호기’의 중국 학생들이 고려대 세종캠퍼스 농심국제관에서 멘토와 함께 한국어로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
‘호기’의 중국 학생들이 고려대 세종캠퍼스 농심국제관에서 멘토와 함께 한국어로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

 

  한국어 동아리 ‘호기(회장=차혜빈)’는 배준영(글비대 글로벌학부) 교수가 한국 학생들과 중국 학생들의 교류를 위해 개설했다. 호기는 딱딱한 강의나 멘토링 활동에서 벗어나, 함께 게임하거나 잡지도 보며 중국 학생들이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쑹시우잉(宋秀英, 글비대 한국학22) 씨는 가장 좋았던 활동으로 ‘마음 카드’를 뽑았다. “카드에 적힌 질문에 서로 답을 하는 활동이었어요. 각자가 갖고 있는 고민이나 가장 행복했던 시기를 이야기하면서 서로 좋아하는 일과 행복해하는 일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외국인 유학생회(KU FSU)

멘토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유학생들. 

 

  지난달 25일 고려대 서울캠퍼스 중앙광장 CCL에서 고려대 외국인 유학생회 ‘KU FSU(회장=Akperona Sabina)’의 ‘선배와의 만남(Meet your sunbae)’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설립된 KU FSU는 유학생 간 네트워크를 구성해 유학생이 학교에 적응하도록 돕는 다양한 활동을 주관한다. 이 행사에서 여러 국적의 유학생들은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익숙함과 특별함 사이, 유학생의 일상생활

  고려대엔 4800여 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고향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기도 하고, 한국의 문화를 경험해 보기도 한다. 낯선 타지에서 유학생들은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에밀리아 줄리아 노이펠드(Emilija Julija Neufeld, 국제대 국제23) 씨가 서울캠 정경대 후문 인근 카페 ‘별채’에서 고구마 라떼를 마시고 있다. 에밀리아 씨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먹을 수 없는 고구마 라떼를 먹으러 자주 이곳을 찾는다.
에밀리아 줄리아 노이펠드(Emilija Julija Neufeld, 국제대 국제23) 씨가 서울캠 정경대 후문 인근 카페 ‘별채’에서 고구마 라떼를 마시고 있다. 에밀리아 씨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먹을 수 없는 고구마 라떼를 먹으러 자주 이곳을 찾는다.

 

명동역 인근 아시아 음식점 ‘캄풍쿠(KAMPUNGKU)’에서 ‘동남아시아 유학생 모임(Southeast Asia Society)’소속 학생들이 나시 르막(Nasi Lemak) 등 말레이시아 음식을 먹고 있다.
명동역 인근 아시아 음식점 ‘캄풍쿠(KAMPUNGKU)’에서 ‘동남아시아 유학생 모임(Southeast Asia Society)’소속 학생들이 나시 르막(Nasi Lemak) 등 말레이시아 음식을 먹고 있다.

 

뤄천(罗宸, 공정대 빅데이터23) 씨가 세종캠 정문 앞 중국 음료를 파는 카페 ‘트리업’에서 음료를 고르고 있다.
뤄천(罗宸, 공정대 빅데이터23) 씨가 세종캠 정문 앞 중국 음료를 파는 카페 ‘트리업’에서 음료를 고르고 있다.

 


서울 속 작은 지구촌

  서울 곳곳에는 이국적인 내음을 맡을 수 있는 다양한 장소가 숨겨져 있다. 유학생들이 고향의 향수를 찾아 나서는 여러 장소를 따라가 봤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터키의 케밥과 미국의 피자를 파는 식당이 모여있는 이태원.

 

  용산구 이태원동에는 세계음식거리가 있다. 다른 곳에선 찾아 보기 어려운 남미,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의 음식을 파는 이국적인 식당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녹사평 세계 식료품점

6호선 녹사평역 인근 ‘찰리스그로서리’를 방문하는 손님들.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이태원에는 세계 각국의 식재료를 파는 가게가 많다. 세계 식료품점 ‘찰리스그로서리’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색다른 먹거리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여러 향신료가 추가된 ‘펌킨 스파이스 라떼(Pumpkin spice latte)’ 등 이국적인 음료나 수입 과자도 만나볼 수 있다.

 

건대 양꼬치거리

중국어 간판으로 가득한 골목.

 

  광진구 자양동 일대에 위치한 건대 양꼬치거리는 1990년대 한국에 들어 온 조선족이 뿌리를 내린 곳이다. 최근엔 조선족과 중국인을 위한 식당과 식료품점이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인근에 있는 건국대와 세종대 중국인 유학생 비중이 늘어나며 이곳은 자연스럽게 서울 차이나타운으로 입지를 다졌다.

 

서래마을 몽마르뜨 공원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의 그림 ‘부지발의 무도회’를 형상화한 조각상과 시계탑.

 

  1985년 서울프랑스학교가 서초구 서래마을로 옮겨왔다. 그 인근에는 예술가들의 고향이라 불리는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을 연상케 하는 ‘몽마르뜨 공원’이 조성됐다. 예술가들의 흉상과 시를 감상하며 작은 프랑스를 만나보자. 

 

용산 개방부지 장교숙소 5단지

크리스마스를 맞아 주택단지를 꾸며 놓은 모습.

 

  6·25전쟁 기간에 미군은 서빙고역에서 용산기지로 지선을 설치해 군수품을 운반했다. 그 기찻길이 지나가던 이곳은 1970년대에 미군 헬기장으로 사용되다 1986년에 한국 정부로 부지가 공식 반환됐다. 이후 옛 대한주택공사(현 LH)가 미군 장교 숙소를 건설해 2019년 말까지 임대·운영했고, 2020년부터는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이곳에서 미국식 주택과 문화를 접할 수 있다.

 

김준희·서리나·안효빈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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