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화 음악평론가
이대화 음악평론가

 

  ‘쿵쿵쿵쿵.’ 드럼 세트의 중앙 하단 큰 북을 뜻하는 베이스 드럼을 한 마디에 네 번 꽂는 소리. 클럽에 가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소리다. 하우스 같은 클럽 댄스의 터줏대감 장르가 이 비트를 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에서도 클럽 음악의 대다수는 저 비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클럽 음악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하우스 비트는 주류 음악에 쓰이는 일이 많지 않다. 빌보드 초대형 히트곡 중에도 사례가 있긴 하지만 ‘강남스타일’처럼 애초에 클럽 분위기를 내려고 의도한 곡들이 대다수다. 똑같이 흑인들의 하위 문화에서 시작했음에도 힙합이 주류 댄스를 평정할 때 하우스는 클럽에서 언더그라운드 지위에 만족해야 했다. 종종 히트곡이 나오긴 하지만 뉴 잭 스윙, 트랩처럼 하우스가 주류 팝의 트렌드가 되어본 적은 없다. 

  에스파의 ‘Whiplash’는 그런 면에서 신선하다. ‘쿵쿵쿵쿵’ 하우스 비트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비트만 그런 것도 아니다. 하우스는 반복을 중심으로 하는 장르다. 한두 마디의 신시사이저 리프를 무한으로 반복하며 조금씩 다른 재미를 주는 방식으로 작곡된다. ‘Whiplash’도 마찬가지다. 브라스 성향의 전자음 리프가 계속해서 반복되며 최면적인 그루브를 만든다. 한번 주의 깊게 들어보라.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멜로디나 리듬을 바꾸지 않는다. 

  소외되었던 하우스 장르를 이례적으로 시도한 데엔 최근 해외 음악계의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근래 들어 비욘세, 드레이크, 찰리 XCX, FKA 트윅스 같은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하우스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힙합이 하향세로 돌아서기 시작하자 넥스트 빅 씽을 찾던 프로듀서들이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던 하우스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한국에서도 목격된다. 그루비룸, 기리보이 등이 기존의 알앤비와 힙합 성향을 뒤로 하고 클럽 풍의 일렉트로닉 댄스 장르를 시도했다. 비교적 덜 시도되기에 오히려 참신함을 얻은 하우스가 힙합의 빈자리를 메우며 조금씩 주류로 올라오고 있는 셈이다. 찰리 XCX의 경우 어렸을 때 클럽에서 파티 걸로 즐겼던 경험을 녹여낸 <brat> 앨범으로 2024년에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물론 하우스가 역사 내내 비인기 장르였던 것은 아니다. 2010년대 EDM 열풍은 다른 말로 하우스 열풍이었다. 일렉트로 하우스, 빅 룸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같은 당시 인기 장르들이 ‘EDM’이라고 불리며 트렌드로 떠올랐다. 디제이가 클럽 밖으로 나가 전세기를 타고 세계를 누볐다. 그때만 해도 하우스가 드디어 주류로 솟아오르리라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몇몇 히트곡을 배출했을 뿐 EDM은 페스티벌과 클럽 내 인기에 머물며 끝내 주류에 오르지 못했다.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 아비치 같은 전설들이 영국과 미국에서 상위권 히트곡을 배출했으나 그들의 바통을 이어받는 후발주자들이 꾸준히 탄생하지 못했다. EDM은 2010년대 초중반의 현상으로 남았다. 배출된 히트곡들 역시 하우스를 팝적으로 변형했거나 신시사이저의 비중을 줄이는 등 주류의 대세와 상당 부분 타협한 곡들이었다. 

  그랬던 하우스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Whiplash’는 여전히 차트 상위권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하우스 때문이라기보다는 에스파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흥미롭다. 샤이니 ‘View’, 투애니원 ‘내가 제일 잘 나가’에 이어 가요계를 대표할 만한 또 하나의 하우스 히트곡이 탄생했다.

 

이대화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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