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열어본 고대신문은 여전히 건재했다. 균형 잡힌 아이템과 구성만으로도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2011호는 지난 학교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호였다. 마치 캠퍼스에 있는 듯한 느낌. 그만큼 생생한 내용으로 가득 찬 신문이었지만 한편으론 ‘라떼’ 시끌벅적했던 문제가 여전히 말썽인가 싶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세종총학 선거 모두 무산’ 기사다. 낮은 투표율과 선거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는 사실 세종캠의 고질적인 문제다. 전년도 이맘때 발행된 고대신문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본지 1988호 ‘세종캠, 총학·단과대 따로 투표 못했다’) 내용은다르지만 맥락은 거의 동일했다. 독자 입장에서는 왜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지, 학내로 확산한 무투표 여론이 학내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문제를 단순히 나열하는 대신 문제의 반복성을 조명해 비판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2면의 어문계열 학생들의 사교육 기사도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문제다. 대학생들의 사교육 의존은 비단 우리 대학만의 문제도 아니며 이전 호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진 주제다. 학생들에게 현실적이고 밀접한 주제라는 점에서 재조명이 이뤄졌겠지만, 새로운 결론은 없었다.

  반면 사회면에서 다룬 지역 균형발전과 서울 내 지역 간 불균형 문제는 적절하게 접근했다.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며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했고, 수도권 내 개발 논의가 강남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는 비판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제시했다. 특집에서 다룬 국가고시 최연소·수석 합격자 인터뷰도 좋은 기획이었다. 다만 더 폭넓은 맥락에서 국가고시 준비 문화와 시스템을 분석했더라면 독자들에게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개개인의 경험을 전달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합격자들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이나 정책적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는 빠졌다. 핑크빛으로 물든 문화면에서는 고대신문만의 센스가 돋보였다.

  학보사 생활을 하다 보면 매년 시기에 따라 비슷하게 거론되는 이슈들이 있다. 이에 고대신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매번 새로 쓰기 부담스러워했다. 아마 지금 기자들도 같은 심정이라 믿는다. 다만 지나보니 반복되는 사안도 깊이 파고드는 노력과 새로운 시각을 더해 다른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의미 있는 결말을 만들어내는 건 우리의 역할이자 도전 과제다. 올해도 그 역할을 잘 해내길 바란다. 그리고 계속해서 두드리길 바란다.

 

이성혜(스포츠과학과 1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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