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드라마 <멜로무비>(넷플릭스)는 <그해, 여름은>의 이나은 작가와 <스타트업>, <무인도의 디바>를 연출했던 오충환 PD의 작품이다. 전작에서 청춘의 꿈과 사랑을 다뤘다는 공통점을 가진 작가와 연출가의 만남은 공개 전부터 대중을 설레게 했다. <멜로무비>는 관심과 기대만큼 아직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진 않지만, 드라마에서 담아냈던 청춘의 이야기처럼 담담하고 조용히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 어려울 때가 있다. 매일 들어가던 집이 두려워질 때, 반복되던 생활에 균열이 오기 시작하는 때가 있다. 누군가와 함께해서 의미가 있었던 특별한 일 없이 반복되던 일상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견뎌야 할 무거움이 된다. 하지만 삶은 지속되기에 사라진 대상이 남긴 흔적과 함께 또 다른 일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이 변화는 회피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드라마 <멜로무비>는 사랑하는 이유 찾기와 사랑하는 과정에서 겪는 청춘들의 불안과 방황에 대한 이야기이다.
드라마는 영화가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이유에서 공통점을 가진 김무비(박보영 분)와 고겸(최우식 분), 꿈을 향한 진정성과 현실 사이에서 불안함으로 갈팡질팡 중인 홍시준(이준영 분)과 손주아(전소니 분) 두 커플의 만남과 이별, 재회의 로맨스를 잔잔하게 그려낸다.
로맨스가 주요 서사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연인들의 사랑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사랑의 대상은 가족이나 연인이기도 하고 꿈을 향한 자신이기도 하다. <멜로무비>는 네 명의 인물이 각각 동일한 시간을 지나며 겪는 감정의 변화들을 담는다. 드라마의 청춘들은 미친 듯이 하고 싶은 때, 그때만 하고 싶은 무언가를 열망한다. 그렇기에 <멜로무비>는 대단한 것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무언가를 향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목이나 인물이 하는 일, 영화 현장 관련 소소한 에피소드 등에서 영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것 같지만 드라마의 영화와 관련된 서사는 촘촘하고 깊진 않다. 다만 <멜로무비>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멜로’다. 멜로가 예측 가능한 관습에 따르는 장르이지만 때론 뻔한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힘을 믿게 되는 것처럼, 이 드라마에서 멜로 영화도 그렇다. 드라마의 홍시준의 대사가 말하듯 “누군가 온전히 믿고 사랑해 준다는 것은 끝내주는 힘”인 것처럼, <멜로무비>에서 사랑은 상실의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이자,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차갑고 어두운 현실에서 영화 속에서는 뭐든 가능했기에 영화를 삶의 유일한 빛으로 여겼던 고겸은 상실의 아픔을 견디어낸 후, 삶의 온갖 순간들을 받아들일 용기를 얻게 된다. 그가 영화 밖의 현실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소 낭만적으로 그려졌지만, 사랑의 힘으로 말이다.
문선영 한국공학대 지식융합학부 조교수·드라마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