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탄핵 찬반 집회, 학생보다 외부인이 더 많았다” 1면의 이 한 줄을 읽고 신문을 집어 들지 않을 학교 학생이 있을까. 교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의 외부인 참여 문제는 연세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화두다. 고려대도 다르지 않았을 터다. 기성언론이 대학가의 맞불 집회 또는 집회의 격한 양상에만 집중하는 가운데 고대신문의 시선은 이곳을 향했다. 탄핵 집회의 외부인 참여 문제를 얄팍하게 보도한 기성언론은 있지만, 이 문제에 초점을 둔 보도는 지금까지 없었다. 민감한 의제인데도 대학언론만의 시각으로 예리하고 적나라하게 고발한 고대신문의 비판의식이 돋보이는 1면이었다.
개강을 맞아 발행하는 신문, 이른바 ‘개강호’ 발행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다. 오랜 공백기 후의 발행인 만큼 독자들의 주목도와 관심도가 유달리 높게 느껴지는 탓이다. 기자들은 개강호를 발행할 때면 어떤 의제를 전할지 더 깊은 고민에 빠지며 골머리를 앓는다. 그래서일까, 개강호인 2014호에는 1면을 비롯해 보도 가치가 높은 기사가 연달았다. 직원노조 임금 협상 타결부터 합동응원전 좌석 배정 갈등, 의과대 신입생 수업 거부 등 학생사회의 현안까지 학내 사안을 고루 다뤘다.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 MD) 운영 현황 점검과 같이 학내 문제의식을 발굴한 기사도 빼놓지 않았다.
사회면의 기사는 아쉬움이 남는다. AI 디지털 교과서와 국내 AI 산업 육성 문제는 이미 기성언론이 지겹도록 다뤘다. 많이 다룬다는 것은 문제가 중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기사는 쟁점을 명료하게 정리한 점에 의의가 있을 뿐 이 이상의 의미는 발견하지 못했다. 독자가 이 기사를 읽고 어떤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는지, 이 문제를 왜 고대신문이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내용이 보완됐으면 하는 기사도 있었다. 등록금 인상 기사의 경우 인상된 수익분이 어디에 쓰일지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MD 기사는 MD를 이수한 학생의 목소리가 기사에 담기지 않은 채 예상 가능한 범위 내의 문제 제기에 그쳤다. MD 제도의 문제점으로 제시한 ‘학위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논거가 제도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인상도 받았다. 한층 깊은 의제 발굴을 통한 후속 보도도 기대해 본다.
의제 설정에 정답은 없다. 그 치열한 고민을 하다 보면 가치 있는 기사는 나오기 마련이다. 2014호는 기자들이 의제를 고르기까지의 노력이 신문 한 면마다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기세를 이어 남은 이번 학기 동안에도 우리 사회를 비추는 양질의 기사를 써주길 바란다.
이다겸 연세춘추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