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고려대학교 개교 1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개교기념일은 대학의 창립 이념과 교육 목표를 되새기며 향후 비전을 수립하는 상징적인 날이다. 연세춘추 역시 연세대 창립 140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자 신문 지면을 어떻게 구성할지 깊이 고민했다. 기념일의 의미에 걸맞은 아젠다 선정과 기사 구성을 고민하느라 복잡한 머리를 더욱 싸매야 했다. 고대신문 2019호를 펼쳐 ‘개교기념호’라는 머리말을 마주했을 때 독자로서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던 이유다. 20면이라는 지면 분량만으로 고대신문 구성원들의 노력이 이미 엿보였다.

  동시에 허전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가장 아쉬운 건 1면 사진이다. ‘천장 빗물 누수 주의’ 문구가 붙은 대강당 좌석 사진은 개교 120주년이라는 상징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1면 사진은 신문의 첫인상을 결정 짓는 얼굴이다. 독자의 이목을 끌고 신문 전체의 메시지를 응축해 전달할 때 그 의미가 극대화된다. 이번 사진에서는 신문의 주목도를 높이거나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를 찾기 어려웠다.

  8~9면은 개교 120주년 특집면으로 구성됐다. 8면은 ‘세종캠 VISION 돌아보기’, 9면은 ‘총장 인터뷰’로 채워졌다. 특집면에 서울캠을 직접적으로 다룬 기획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서울캠의 비전과 방향성도 하나의 의제로 삼아 특집면 내에 유기적으로 구성했다면 기획의 균형이 더해졌을 것이다.

  2~3면에 이어진 학내 대표자들의 기념사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 기념사는 시대정신과 당대 화두를 집약한 기록으로, 학교의 사료로 남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총장을 시작으로 여섯 명의 기념사가 연달아 배치된 구성은 독서 흐름을 단조롭게 만들어 다소 피로감을 줬다.

  이 밖의 지면에서는 기자들의 세심한 취재와 현장감 있는 시선이 돋보였다. 특히 문화, 대학면은 단순한 독서 소비 양상에 집중하지 않고 전자책, 대학도서관의 실태 및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조명해 깊이가 느껴졌다. 그러나 인포그래픽면은 기존의 논의에 머무를 뿐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부족했다. 독자의 흥미를 끌어낼 만한 새로운 취재 시도도 드러나지 않았다.

  신문은 독자와의 교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개별 기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지면 전체가 조화롭게 구성될 때 그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게 전달된다. 기사 내용뿐 아니라 지면의 구조 역시 독자와의 소통 수단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개교 120주년이라는 뜻깊은 시점을 맞아 고대신문이 더욱 정교한 공론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이다겸 연세춘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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