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
별점: ★★★★☆
한 줄 평: ‘멋’이 가장 잘 사용된 영화
개과천선과 권선징악. 통쾌하지만 식상하다. 의리를 중시하는 서사 그리고 가족 간 갈등과 화해는 각각 무협지와 가족영화가 우려먹는 뻔한 요소들이다. <영웅본색>의 스토리는 이런 뻔하고 식상한 의리와 우애, 개과천선과 권선징악 등의 플롯들이 버무려져 있다. 자칫 뻔한 범작의 수준에서 머무를 수도 있던 이 영화는 중화권 영화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불후의 명작으로 자리 잡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 영화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멋’을 이야기할 것이다. 소위 ‘간지난다’는 말로 표현되는 감각 말이다. 적룡, 주윤발, 장국영을 위시한 멋있는 외모의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나오며 이들의 옷, 행동, 대사 하나하나엔 멋과 낭만이 들어차 있다. 영화 장면의 멋들어진 구도와 다양한 분위기의 음악은 이러한 멋을 효과적으로 배가하고, 이렇게 배가된 멋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 발산된다. 그렇게 멋으로 점철된 이 영화는 말 그대로 1980년대 후반을 강타했다. 청소년들은 영화의 장면과 패션을 따라 하며 놀았고 주연 배우들이 모델로 나온 상품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쓸어 담은 것은 물론 영화가 남긴 멋들어진 시퀀스들은 수많은 영화인에 의해 오마주 됐다. 영화의 연식이 오래된 지금은 1980년대 그 자체의 레트로한 멋 또한 풍기고 있다. 말 그대로 멋 그 자체인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 영화가 정말 멋만 있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구성 또한 꽤 묵직하다. 우선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매우 확실하다. 긴장감 또한 이에 맞춰 착착 쌓여가다가 절정부라 할 수 있는 최후의 총격전 씬에서 장렬히 폭발하고 마지막 씬에서 깨끗이 해소된다. 권선징악과 개과천선의 주제 또한 흔들림 없이 끝까지 일관되고 굳건하다. 비록 권선징악의 주제 의식으로 인해 악역은 부패와 탐욕의 단선적 모습만 그려졌지만, 악역 외 주·조연은 서사와 성향이 잘 잡혀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갈등과 해소 또한 일리 있게 작동하고 있다. 이렇게 잘 설계된 요소들 내에서 멋의 역할은 주제를 조금 더 강렬히 전달하고 긴장감과 갈등,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는 데 한정될 뿐이다. 단순히 휘몰아치기 일변도가 아닌 탄탄한 구성에 맞춰 멋을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는 <영웅본색> 성공 비결의 본질이다.
‘영화가 멋밖에 내세울 게 없다’, ‘폼생폼사다’라며 편견을 갖기에 이 영화는 생각보다 아깝다. 멋이 폭발하는 화려한 시퀀스가 전하는 말초적 쾌감에 집중하는 것도 재밌지만 영화의 멋을 구성과 어떻게 배합했는지를 보는 것 또한 꽤 유익하고 재미있을 것이다.
태경민(문스대 문화콘텐츠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