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사용 줄이려 도입

제휴 카페 적어 반납함 부족

“학교 주도로 참여 늘려야”

 

다회용 컵 반납함은 제휴 카페가 있는 인문사회캠 내 15개가 위치하고 있다.
다회용 컵 반납함은 제휴 카페가 있는 인문사회캠 내 15개가 위치하고 있다.

 

  고려대 인문사회계 캠퍼스 내 카페 4곳에선 음료를 주문할 때 다회용 컵을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일 목적으로 캠퍼스 내 다회용 컵 순환 사업인 리필로드가 시작됐지만 다회용 컵 사용은 안착하지 못했다. 원인으로 낮은 인지도와 접근성 부족이 꼽히는 가운데 학교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회용 컵 사용 제자리걸음

  리필로드는 고려대 재학생들이 기획한 캠퍼스 내 다회용 컵 순환 사업이다. 학내 구성원이 카페에서 제공하는 다회용 컵을 이용한 후 반납함에 컵을 반납하면 이를 수거해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SK미래관 블루포트, 현대자동차 경영관 블루포트, 중앙광장 지하 싱싱주스와 더베이크가 리필로드와 제휴를 맺고 다회용 컵을 제공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속가능원 산하 정식 사업으로, 지난 5월 열린 제3회 체인지메이커스 포럼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지속가능원에 따르면 리필로드 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10월과 11월 회수된 다회용 컵은 월평균 1200개 내외였으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월평균 약 552개의 컵이 회수돼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회수 된 컵은 459개로 3월 한 달간 하루에 14.8개의 컵이 사용된 셈이다. 학생 수가 적은 방학 기간에는 그 수가 더 적다. 중앙광장 지하 더베이크 직원 류은영 씨는 “방학 중엔 하루에 다섯 명 정도 다회용 컵을 사용한다”고 했다.

  약 두 달 동안 시스템을 점검한 후 올해 6월부터 2기 사업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다회용 컵 이용은 활발하지 않다. 1기 사업 기간 제휴 카페는 5곳이었으나 2기부터는 이마저도 4개로 줄었다. 유진솔 리필로드 2기 대표는 “방학 동안 150개에서 200개 정도의 컵이 수거되고 있다”고 밝혔다.

 

  “잘 모르고, 알아도 번거로워”

  다회용 컵 사용이 저조한 원인으론 인지도 부족이 꼽힌다. 손민규(공과대 신소재 24) 씨는 “ 캠퍼스 내 카페에서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지 몰랐다”며 “제휴 카페와 반납함 위치 등 관련 홍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경영관 블루포트에서 일회용 컵을 이용한 김정민(문과대 영문21) 씨는 “카페에 다회용 컵이 있는지 알았다면 다회용 컵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리필로드 운영진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회용 컵 사용 인증 이벤트를 진행하고 서포터즈를 모집해 SNS 게시물을 제작하고 있다. 유 대표는 “하루에 10명 정도 다회용 컵 사용 인증 이벤트에 참여한다”며 “서비스가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지도가 높진 않다”고 했다.

  사용한 컵을 반납할 반납함 부족도 다회용 컵 선택을 주저하게 한다. 현재 다회용 컵 반납함은 제휴 카페가 위치한 인문사회캠 내 15개가 설치돼 있고 자세한 위치는 리필로드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안내 중이다. 평소 텀블러를 사용한다는 김다은(문과대 사회24) 씨는 “반납함을 찾는 것이 불편해 다회용 컵 사용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다회용 컵 제휴 업체가 더 늘어나야 반납함 증설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카페와 반납함이 인문사회캠에만 있어 자연계 캠퍼스 학생들의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하경(이과대 화학24) 씨는 “지난 학기에 주로 자연캠에서 생활했는데 리필로드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유 대표는“유동 인구가 많은 인문사회캠부터 제휴를 시도했다”며 “다음 학기와 내년부터는 자연캠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 차원의 정책 추진 필요

  다회용 컵 순환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사업을 기획하고 주도하지만 지속가능원의 예산 지원을 받아 운영되기 때문이다. 조옥형 지속가능원 지속가능경영팀장은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내년에도 동일한 예산을 받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학내 구성원의 참여를 늘리려면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리필로드 팀은 9월부터 다회용 컵 사용 시 소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탄소중립포인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선미(생명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포인트 외에도 학교 차원에서 동기부여 시스템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며 “굿즈 제작, 지속가능활동상 시상 등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면 좋겠다”고 했다. 사업의 지속을 위해선 제휴 카페의 적극적인 동참을 끌어내야 한다. 김기현(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환경적 대의만으로 자영업자에 사업 참여를 요구하면 참여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며 “더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학교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 | 박영민·이재윤 기자 press@

사진 | 최주혜 기자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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