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별점: ★★★☆☆

한 줄 평: 너그러운 사랑 이야기

 

  쇼츠를 보다가 짧게 흘러나온 “그냥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라는 모순적인 대사에 호기심이 일어서 이 영화를 재생했다. 로맨스 영화인 줄 모르고 봤다가 전혀 예상치 못하게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 영화는 정신병동이라는 공간 안에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의 세계로 들어와 최선을 다해 이해해 주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어쩌면 이보다 더 로맨틱할 수 있을까?

  주인공 영군(임수정)은 자신을 사이보그라 믿는 망상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밥도 먹지 않고 건전지를 핥는다.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그저 위험한 환자일 뿐이지만 영화는 이 인물을 기이하고도 애틋하게 바라본다. 정신병동 안에는 그녀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환자들이 모여 있고 서로의 헛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마치 그것이 현실인 것처럼 존중한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수용되는 그 세계는 어딘가 따뜻하고 순수하다.

  세상은 영군을 이해하려 애쓰는 척하지만 ‘정상화’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 일순(정지훈)은 다르다. 그는 그녀의 망상으로 기꺼이 들어가 그녀의 방식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결국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밥을 먹지 않는’ 문제를 말이 아닌 몸으로 느끼게 해 해결한다. 단순히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대의 망상을 병이 아닌 세계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진짜로 연결되는 순간을 찾아낸 것이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제목은 일종의 선언처럼 들린다. 로봇이더라도 밥과 반찬을 먹어도 괜찮고 건전지를 핥아도 괜찮고 남들과 조금 달라도 괜찮다는 이야기. 그게 망상이든 상처든, 그것마저 안고 가는 사랑이라면 괜찮다는 것.

  이 영화의 사랑은 누군가를 바꾸려는 사랑이 아니다. 오히려 전혀 이해되지 않는 세계를 앞에 두고 외면하지 않는 태도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고장난 세계 안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안으로 들어와 ‘괜찮다’고 말해줄 때 진짜 로맨스가 시작된다.

  임수정의 섬세한 연기와 정지훈의 진심 어린 연기가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가 스크린 너머까지 전해져 감성을 자극한다. 일상의 틀을 깨고 ‘다름’을 이해하며 진정한 연결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장민아(사범대 가교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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