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무회의에서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의결됐다. 노동자들의 헌법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법이라는 의견과 노란봉투법으로 기업과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대립하는 가운데 고려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노동3권 실질 보장과 상생을 향한 발걸음 - 윤주영(사범대 영교22)
노란봉투법이 제22대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 3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2014년에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불법 파업으로 과도한 손해배상 판결을 받자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돈을 담아 힘을 보탠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헌법 제33조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보장한다. 따라서 모든 노동자에게는 단결해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행법은 파업 등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가압류,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기도 해 노동3권 보장이 미흡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의 확대, 합법적 노동쟁의 개념의 확대, 그리고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을 통해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기한다.
원청 사용자가 직접 교섭에 나서게 되면 노동권의 보장이 보다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하청은 단순히 한 단계로 그치기보단 원청으로부터 하청을 받은 기업이 재하청을 주는 연속적 구조가 일반화된 것이 고용구조의 현실이다. 하청업체 사용자들이 노동자 처우를 개선해 줄 실권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가 반복된다. 특히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비정형 노동자들은 교섭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 및 결정할 수 있는 자’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요구 또한 방지할 수 있다. 대법원은 노조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봤다. 개정안에서는 관여 정도를 세심히 고려해 책임비율을 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한다.
혹자는 노란봉투법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줘 해외 이탈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노란봉투법을 무리하게 해석한 것이며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해외 이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국제노동기구는 ‘합법적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남용을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기에 노란봉투법은 세계적 흐름에 맞는 노동 환경 구축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말하듯 노사가 상생을 통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취지다.
청년 일자리 줄이는 노란봉투법 - 신유성(정경대 정외24)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 확대, 노동쟁의의 대상 확대,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이라는 세 가지 핵심 쟁점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오랜 정치적·사회적 대립 끝에 지난 8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으나 그 과정에서 제기된 우려와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청년 세대의 일자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걱정이 크다. 노동권 보장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청년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은 청년의 관점에서 쉽게 용납하기 힘들다.
첫째,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조항은 법적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사용자 개념을 모호하게 확장할 경우,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어디까지 기업의 책임으로 귀속되는지 불명확해지면 기업 활동 전반에 불안 요소로 작용해 일자리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기업 활동 위축은 가장 큰 구조적 문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은 노란봉투법을 근로 시간 단축에 이어 가장 심각한 기업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조선, 철강, 자동차, 건설 등 주요 산업에서는 이미 이에 대응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자동화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셋째, 국제적 시각도 문제다. 고금리, 고물가,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미 상당수 기업이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이때 노란봉투법은 국내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주한외국기업연합회 조사 결과, 외국계 기업 3곳 중 1곳이 노란봉투법을 이유로 투자 축소 또는 철수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물론 노동자의 권익 보호라는 입법 취지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투자 위축을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청년 고용 불안을 가중한다면 법이 추구하는 정의는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청년 세대가 직면한 불안은 단순히 개인 차원의 고민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청년으로서 미래를 불안해하는 주변의 목소리를 매일 듣는다. 일자리 축소를 담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사 간의 성숙한 협의와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진정한 노동권 보장은 청년 세대의 미래를 지켜내는 것까지 포함해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길이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