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원 공과대 교수·융합에너지공학과
김여원 공과대 교수·융합에너지공학과

 

  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여전히 이 개념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오히려 연구가 깊어질수록,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친환경적 삶을 지향하는 표어가 아니라 복잡하고 다층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을 더 강하게 느낀다.

  많은 이들이 지속가능성을 떠올릴 때 환경 보호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1987년의 브룬트란트 보고서(Brundtland Report)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미래 세대의 필요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으로 정의했다. 이 정의 속에는 환경적 제약뿐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경제적 기회까지 포함된다. 다시 말해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자원을 ‘유지하는 능력’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인 시스템 속에서 환경적 정의와 공정성을 실현하는 분석의 틀이다.

  그러나 이 개념을 실제로 적용하려 하면 수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첫째, 모든 것을 수량화하기 어렵다. 탄소 배출량은 측정할 수 있어도, 한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이나 생태계의 ‘정신적 가치’는 어떻게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둘째, 자원 간의 의존성은 본질적으로 복잡하다. 예를 들어, 물을 절약하는 기술이 에너지 사용을 늘릴 수도 있고, 재생에너지가 광물 채굴을 확대해 또 다른 환경 부담을 낳을 수 있다.

  여기에 인간 활동으로 인한 비선형적 기후 변화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기후 시스템은 작은 충격에도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반응하며, 폭염, 산불, 홍수 같은 사건들이 순식간에 지역사회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많은 사람은 개인의 자발적인 친환경 행동이 모이면 곧 전체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모두가 조금씩 협력해야 효과가 나타나지만, 각자가 자신의 편익을 우선하면 결국 누구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집단행동의 딜레마다. 

  게다가 사회·생태 시스템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숨겨진 취약성 때문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이처럼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복잡성을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이다.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핵심 요소인 환경, 사회, 경제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단일한 해법보다 맥락에 맞는 조합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나는 <군주론>의 마키아벨리의 말을 떠올린다.

  “It ought to be remembered that there is nothing more difficult to take in hand, more perilous to conduct, or more uncertain in its success, than to take the lead in the introduction of a new order of things….”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위험하며, 성공도 불확실하다. 옛 체제에서 잘 살던 이들은 변화를 반대하고, 새 체제에서 잘할 수 있는 사람들조차 주저한다. 지속가능성은 바로 이런 “새로운 질서”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반대와 회의에 부딪힌다.

  최근의 지속가능성 과학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 해결을 넘어서, 인간의 의사결정, 제도적 역학, 공유된 태도의 변화에 주목한다. 이는 기존 사회·생태 시스템의 근본적 변혁(transformation) 없이는 진정한 지속가능한 미래가 어렵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결국 지속가능성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과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어떤 가치를 우선하며, 어떤 미래를 함께 만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나는 아직도 지속가능성이 쉽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바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한 답 대신, 복잡한 현실을 인정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진짜 지속가능한 미래에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믿는다.

 

김여원 공과대 교수·융합에너지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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