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 틱... 붐!>
별점: ★★★★☆
한 줄 평: 초조한 청춘에게 건네는 물음표
대학을 졸업하기에 늦지 않은 나이는 언제일까? 취업하기에, 결혼하기에 늦지 않은 나이는? 꿈을 좇기에 늦지 않은 나이는 언제일까. 이 영화는 서른 살을 일주일 앞둔 어느 뮤지컬 작곡가의 초조함에서 출발해 수많은 물음표로 끝을 맺는다.
주인공 존의 귓가에 끊임없이 들려오는 ‘틱, 틱, 틱’ 소리는 그의 초조와 불안을 여실히 드러내는 요소다. 무언가에 쫓기듯 여유 없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 소리는 시곗바늘의 째깍거리는 소리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시한폭탄처럼 어느 순간 ‘붐!’하고 터져버릴 것 같기도 하다. 몇몇 장면에 직접 효과음으로 삽입된 이 소리를 함께 듣고 있자면 어느새 관객에게도 존의 초조함이 전염된다.
스크린 너머의 별것 아닌 효과음 하나에도 쉽게 감정의 전염을 느끼는 이유에는 존의 상황 자체가 쉽게 공감할 만한 것이라는 점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서른 살이라는 특정한 나이를 대표하지만, 많은 사람이 나이와 관계없이 비슷한 초조함에 시달리곤 한다.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번듯한 직장, 혹은 집이나 자동차, 가정, 여타 사회적인 성공의 기준이 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싶은 욕망은 현대인 대다수가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이 욕망의 바탕에는 물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불안이 작용한다.
존도 그런 마음으로 서른 살 생일 직전에 있을 뮤지컬 <수퍼비아>의 워크숍에 매달린다. 그리고 워크숍이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도 이 뮤지컬을 제작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에, 곧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 좌절해 꿈을 포기하려고 한다.
존과는 다른 형태의 삶을 선택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영화 안에서 함께 다뤄진다. 존의 여자 친구인 수잔은 댄서다. 열정과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좋은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중요한 공연 직전에 발목이 부러지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6개월의 재활 끝에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지만 예전의 열정이 많이 사라진 것을 느낀 수잔은 이제 경쟁에 지쳤다. 그리고 뉴욕을 떠나 더 안정된 자리를 찾아가고 싶어 한다.
존의 절친한 친구 마이클은 수잔이 꿈꾸는 안정을 이미 손에 넣은 인물이다. 그는 배우를 꿈꾸며 존과 함께 뉴욕으로 왔지만 일찌감치 꿈을 포기하고 마케팅 회사에 취직해 어엿한 임원이 됐다. BMW를 타고 다니고 번듯한 아파트로 이사한 마이클은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인다. 그러나 그는 <수퍼비아> 워크숍 이후 워크숍 결과에 좌절해 꿈을 포기하려는 존과 말다툼을 하던 중 자신이 HIV 양성임을 고백한다. “운이 좋으면 1년이나 그 이상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결국 존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작품을 쓰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단순한 메시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잔의 선택도, 마이클의 선택도, 존의 선택도, 그 어느 것도 정답 혹은 오답이 아니다.
이 영화의 끝부분은 단지 수많은 물음표로 가득하다. “Cages or wings, which do you prefer?” 청춘들이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 골몰하기보다 물음표를 받아들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
김소연(문과대 철학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