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도입이 예고됐던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지역 간 형평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수도권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대립하는 가운데 고려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지역별 차등 요금으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 김지우(문과대 사학24)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는 전력시장을 권역별로 나눠 송배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용 및 손실 비용을 반영해 지역별로 차등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해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제45조에 근거해 법적 정당성을 확보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도 내년부터 전력도매가격(SMP)에 지역별 차등을 적용하고 장기적으로 소매 요금에도 지역별 차이를 반영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국내 전국 단일 전기 요금제에는 현실적인 에너지 수급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은 국내 전력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전력 자급률은 30%에 미치지 못해 대부분의 전력을 외부에서 공급받는다. 반면 강원도와 전라남도의 전력 자급률은 각각 298%, 262%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막대한 송전 손실, 계통 혼잡비용 등이 발생하는데 전국 단일 요금제 하에서는 이 비용이 은폐됐다.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과 같은 보상책이 있기는 하지만 발전소 입지로 인한 피해 보상일 뿐이다. 송전 비용을 실제 소비지가 부담하는 구조와 달라 분명한 외부불경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는 숨겨진 비용과 불공정을 드러내고 시정하는 제도적 정당성을 가진다.

  더 나아가 차등 전기 요금제는 분산 에너지 전환과 국가 균형 발전을 유도하는 핵심 정책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기업은 전력 비용을 입지 결정의 중요한 변수로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며 전기가 비싼 지역은 자연스럽게 분산형 전원 개발에 투자하거나 송·변전 시설 유치에 적극 나설 것이다. 이는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고 지방 이전 및 투자를 촉진할 것이다. 더 나아가 중앙집중형 전력 체계가 초래한 송전 갈등과 손실은 줄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체제로의 전환을 이끌 수 있다.

  전력 자급률이 높지만 수도권으로 구분돼 전기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인천시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한 제도 설계와 보완 장치는 필수다. 그러나 이러한 세부 조정 필요성이 제도의 방향 자체를 꺾진 못한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도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로 실천력을 얻을 것이다.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는 도입돼야 한다.

 

형평성을 위한 정책, 현실은 또 다른 갈등 - 정유진(생과대 환경생태24)

  2023년 분산에너지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정부는 지난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발표했다. 지역 간 전기 시장 불균형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다. 전국을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로 나눈 3분할 안을 기반으로 올해 도매 요금부터 시작해 2026년에는 소매 요금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정책의 취지는 분명하지만 정당성과 실효성에 대해서는 재고해 봐야 한다.

  먼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전력 자급률을 살펴보자. 전력 자급률은 특정 지역에서 생산한 발전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전력은 여러 발전소에서 하나의 통합 전력망으로 모이고 동일한 가격으로 전국에 공급되기 때문에 전력 계통의 지역 상황이 행정적 경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시로 인천은 발전시설이 집중돼 있어 전력 자급률이 180%가 넘지만, 수도권으로 묶여 혜택을 받지 못한다. 비수도권 내에서도 자급률이 높은 지역(경북, 강원)과 낮은 지역(대전)이 나뉘며, 강원도 안에서도 영동 지역의 전력 생산량이 영서 지역을 압도적으로 웃돈다. 지역 안에서도 발전소 인근과 그렇지 않은 곳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지역을 기준으로 한 구분은 새로운 지역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력 효율성에 관여하는 지표는 전력자급률 뿐만 아니라 송배전 비용과 전력 소비구조, 환경과 사회적 비용 등 다양하다. 송배전 비용의 경우, 수도권은 송전 비용이 큰 대신 수요가 밀집돼 있어 배전 비용은 적다. 비수도권은 송전 비용은 적어도 배전 비용이 많이 든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수많은 비선형적 요소가 충돌하기 때문에 이를 정책 기준으로 삼기에는 다소 자의적이며 행정비용이 커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등제가 전력 소비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전기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수요가 비탄력적이고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량이 크게 줄지 않는다. 특히 수도권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전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도 몰려 있어 전기요금이 올라도 실질적 소비 감소나 기업 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수도권 기업이 요금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수도권 저소득층과 에너지 빈곤층의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는 지역 간 형평성을 강화하고 전력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정책은 사회가 안고 있는 복잡성과 불균형을 섬세하게 반영해야 한다.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방안이 새로운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한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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