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습

강영빈(계명대 문예창작20)

 

매일 한 뼘씩 식물이 자란다 빛이 드는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점점 엉성해진다 집을 장악하려는 듯이 

정오의 햇빛은 한 번에 들이닥쳤다가 나가버린다 

 

거실엔 나와 식물만 남는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빨래를 널면 진동하는 물비린내 

 

덜 마른 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가면 벌점을 받았다 차라리 손을 들고 복도에 서 있고 싶었다 

 

쉬는 시간에 엎드려 눈을 감으면 웃음이 의자처럼 날아다녔다 가끔 유리창을 깨뜨렸다 누군가 나를 창가로 밀었을 때 나 대신 떨어진 화분처럼

선생님은 나를 용서하셨다

 

청소 시간 걸레에서 뚝 뚝 떨어지는 물,

물결은 거실에서 일렁이는 커튼 그림자를 닮았다

 

나는 자라는 식물을 본다 보고 있는 동안은 멈춰있는 것 같다 

 

창밖에서 농구하는 소리가 들린다 농구공이 움직인다 나는 거기 없지만 그곳을 다 내려다보고 있다 

경기가 끝나고 연석에 앉은 사람들이 물을 마신다 

 

몸 안으로 자꾸 내려가는 것 몸 안의 암실에서 자꾸 자라나는 것 

 

물을 너무 자주 주면 뿌리가 썩기도 한다고 

꽃집 주인은 말했다 

 

외우던 식물의 이름을 잊을 때마다 나는 도감을 펼치고 내 이름을 찾는다 아마 영영 찾지 못할 것이다 

 

사방으로 갈라지는 줄기, 그 끝에 매달린 작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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