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의 전제는 격이다.” 한글 디자이너 안상수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격을 깨뜨리려면(破格) 먼저 격(格)을 알아야 한다. 신문의 격은 1면과 제목에서 드러난다. 1면은 신문의 얼굴이고, 제목과 부제는 기사의 얼굴이다.
2028호 1면 제목인 ‘연세대보다 입장권 1000장 적었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의문은 ‘무슨 입장권?’이었다. 더구나 독자가 가장 궁금해할 부분은 ‘왜’ 연세대보다 입장권이 적었는지일 텐데, 그 이유가 부제나 리드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았다. 고연전이 당시 주요 이슈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독자가 모두 그 맥락을 알고 있으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자가 독자의 읽는 시점을 세심히 고려하는 신문이 좋은 신문 아닐까. 고대신문의 독자층엔 학부생뿐 아니라 교직원, 교우, 지역 주민, 해외 거주 교우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반면 고연전 배리어프리 보도, 사립 박물관·한국어 교육 기획, 사람들 인터뷰는 인상 깊었다. 특히 ‘정기 고연전, 장애 학생도 함께 즐기려면’은 배리어프리석 제공 과정과 한계를 자세히 짚고 인터뷰이를 적절히 선정했다. 고대신문의 정체성은 이런 기사에서 나온다.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고, 커뮤니티에선 깊게 파고들기 어려운, 그러나 반드시 전해져야 하는 이야기 말이다.
기사들이 탄탄했기에 1면의 아쉬움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현재의 1면 구성과 간결한 지면 설명은 독자가 신문을 끝까지 읽도록 이끌기엔 다소 힘이 부족하다. 형식의 파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격은 격을 전제로 한다”라는 말은, 격을 갖춘다면 파격을 시도해 볼 법하다는 말과도 같다. 한 달간의 휴간 기간을 가지며 격을 갖췄을 고대신문이 선보일 파격을 독자로서 기대하고 있겠다.
임예영(미디어대 미디어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