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교수님의 모교란 이유만으로 파견교를 골라, 독일에 대해 아는 것은 철학, 소시지, 테크노뿐이었다. 독일에 온 후 교수님이 수학하셨다는 캠퍼스를 걸어보고, 다양한 소시지도 사 먹은 나는 테크노 클럽 두 곳에 다녀왔다. 처음 방문한 ‘보트하우스’는 영국 음악 잡지 ‘DJ MAG’이 2025년 독일 최고의 테크노 클럽으로 선정한 장소다. 보트하우스에는 복장 규정이 따로 없었기에 다양한 옷차림을 볼 수 있었다. 클럽이라고 하면 떠올릴 법한 화려한 옷부터 가벼운 일상복, 퇴근길에 온 듯 단정한 차림도 눈에 띄었다. 또래로 보이는 사람이 많았지만 중년층도 적지 않았다. 메인 스테이지 한가운데에서 홀로 열심히 춤을 추는 할아버지도 목격했다. 일반 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싱어롱과 즉석만남의 자리는 드럼 비트에 저마다 다른 춤을 추는 사람들로 채워졌고 그들은 친구나 새로운 인연보다 자신에게 집중했다.

  약 3주 뒤 방문한 ‘오도니엔’은 조각가 오도 룸프(Odo Rumpf)가 자신의 작업실 겸 정원을 개조한 클럽이라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선 ‘Only Yes Means Yes, Respect Each other’ 등 존중, 연대, 배려를 위한 6가지 규칙을 지켜야 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진, 동영상 촬영 금지였다. 일상을 촬영해 공유하는 것이 익숙한 요즘 파티에서 촬영을 금지한다니 의아했지만 곧 모두가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으며 파티를 즐기기 위한 규칙임을 알게 됐다. 휴대전화 카메라에 꼼꼼히 테이핑을 받고 입장한 오도니엔의 무대는 보트하우스에 비해 훨씬 아담했고 음향과 조명도 비교적 단출했지만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누구도 촬영하지 않았고 나 또한 SNS에 올릴 사진과 영상을 ‘건질’ 필요가 없었기에 해방감을 느꼈다. 그곳의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건 음악에 집중하는 것뿐이었다. 독일 테크노 클럽은 내게 술과 음악 외에도 몰입의 순간을 남겼다.

 

유혜원(문과대 철학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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