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일이다.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두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오갔다. 북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두려움 반 환호 반이었다. 그전까지 무력으로 서로를 위협했던 두 정상이 갑자기 환한 미소를 띠며 악수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무섭게 느껴졌지만, 이내 다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전공과 관련된 시민사회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에서 일을 시작했다.

  11년 만에 만났다. 2018년 ‘9월 평양 공동선언’을 계기로 민간에서도 남북의 만남이 시작됐다. 우리 단체도 10년 만에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공동행사를 추진했다. 그리고 11월 초 1박 2일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남북 민화협 연대 및 상봉대회’를 개최했다. 청년, 여성, 노동, 종교 등 분야별 남북 활동가들이 모여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며, 북측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삼일포를 둘러보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이었다.

  교류의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시 남북은 만남을 멈췄고 순식간에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다. 적대감은 우리 내부에서도 퍼져갔다. 북한과 교류를 했다는 이유로 ‘반국가세력’이 되었고 정부 차원의 감사와 조사가 끝없이 이어졌다. 어느 순간 시민사회, 특히 평화·통일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눈치가 보였고 도망가고 싶었다.

  만남은 곧 힘이었다. 힘들 때마다 시민사회 동료들과 자주 모임을 가졌다. 무엇보다 남북 대화와 교류 재개를 위한 몸부림도 계속됐다. 2022년 여름 민화협은 북한의 해외동포 조직 산하 연구단체와 일본 ‘사도 광산’ 현장 조사 사업을 했다. 북한과 직접 교류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매개로 민간에서 남북이 소통의 문을 조금씩 열고자 했다. 그러한 만남은 기분 좋은 자극제가 되어 이 분야에서 계속 버틸 수 있게 만들어줬다.

  2023년 12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라고 공식 밝힌 뒤 ‘통일, 민족’ 지우기에 나섰다. 그러한 북한의 통일 지우기 덕분에(?) 우리 사회는 남북관계에 대한 공론의 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경주에서의 APEC은 북한 김정은과의 만남이 또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분야 활동가로서 남북교류에 대한 ‘관심’을 받는 것에 기분이 썩 나쁘지가 않다.

  7년 차가 되었다. 언제까지 민화협이라는 시민사회에서 남북문제와 평화·통일을 위해 일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겉보기에 멈춰서 있는 것 같아도, 그 밑에서 끊임없이 남북 대화와 교류 재개를 위해 애쓰는 활동가들이 있다. 그런 선배, 동료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마음을 전한다.

 

<유니가가>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