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일반주주 권익 강화

“부동산서 증시로 자산 이동 기대”

 

  AI가 부른 반도체 업황 기대, 유동성 공급한 확장 재정 정책,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는 지난달 코스피 사상 최초 4000선 돌파를 이끌었다. 앞으로 예정된 증시 부양 정책도 코스피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 증가, AI 거품론, 원·달러 환율 변동 등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주주 친화 정책으로 증시 부양 박차

  정부는 강력한 증시 부양 의지를 보이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 1·2차 상법 개정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명문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포함돼 일반주주 권익이 강화됐다. 3차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길 예정이다.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안에 소각해 경영권 방어에 악용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준식(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하고 주주를 위해 소각하기보다 갖고 있다가 우호 세력에 팔아 경영권을 방어한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이 자사주를 대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사용하지 못하게 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조치”라고 평했다.

  기업 합병·물적분할 시 일반주주 보호장치를 신설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신주 우선 배정 제도와 공개매수 의무 등이 보호장치로 거론된다. 신주 우선 배정 제도는 기업이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주주가 그간 자회사에 기여한 바를 인정해 공모주를 먼저 배정받는 제도다. 공개매수는 기업 합병 시 인수자가 기업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매수할 때 대주주뿐 아니라 일반주주의 주식도 정해진 가격에 매수하는 방식이다.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주당 가격이 달라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인수합병 시 대주주가 시중 거래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며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면 일반주주도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매수를 청구할 수 있어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차별이 완화된다”고 했다.

  배당소득과 이자의 합이 연 2000만 원을 넘어도 종합과세 하지 않는 세제 개편도 추진된다. 기존 종합과세로는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했다. 서 교수는 “배당소득 종합과세 탓에 수익을 배당하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어 총자산 대비 수익성이 낮은 국내 기업이 많다”며 “배당소득을 분리과세 하면 대주주의 납세 부담이 줄어 기업의 배당 성향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장기 투자를 촉진할 수도 있다. 서 교수는 “기존 투자 다수가 주가 차익 실현을 위한 단기 투자였지만 향후 배당 수익을 보고 장기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 것”이라며 “부동산에 쏠린 장기 투자 자금을 증권 시장으로 가져오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분리과세 시 최고세율을 기존 정부안 35%에서 25%까지 낮추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코스피 흔들 변수, 빚투·AI·환율

  빚투 규모 증가는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25~26조 원을 넘나들고 있다. 김대종(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빚투의 경우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돈을 빌려준 증권사가 손실을 줄이려 강제로 청산하는데 이는 추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부른다”며 “증권사의 리스크관리 강화와 금융당국의 주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AI 산업에 거품이 꼈다는 시장 전망이 나올 때마다 등락을 반복하는 반도체주는 코스피의 변동 요인이다. ‘검은 수요일’로 불린 지난 5일 AI 고평가 논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중 7~8% 하락했고 코스피도 장중 약 6% 하락했다. 김 교수는 “AI 산업의 수익은 설비 투자가 아닌 응용 산업에서 나타나기에 짧은 기간에 실현되지 않아 주가 변동이 크다”며 “응용 산업에서 실제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단기 조정을 넘어 구조적 버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변동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손이 투자 수익을 상쇄할 것을 우려해 한국 주식을 매도한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에 달렸다. 이준상(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예상만큼 내리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도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무역협상과 투자 이행, 수출 동향, 지정학적 변수도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황다희 기획1부장 tender@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