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로봇은 정해진 도움을 주는 기계에 불과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의 로봇은 인간에게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동행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며 정서적, 물리적으로 교류하는 로봇을 만나 봤다.
메타 휴머노이드 마스크봇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챗봇이다. 본래 심리치료 목적으로 개발돼 정해진 답만 제공할 수 있었지만 인공지능을 탑재하며 일상 언어를 이해하고 새로운 문장도 생성할 수 있게 됐다. 각기 다른 5개의 인격체를 지니고 있어 대화할 때마다 매번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이 로봇에게 “너는 기분이 어때?”, “나이는 몇 살이야?”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로봇과 친구가 되고 있다.
로봇 개 스팟은 로봇 공학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이다. 스팟은 내장 카메라로 주변 지형을 식별해 울퉁불퉁한 지형지물에서도 주행할 수 있고 개별 제어가 가능한 다리 덕에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난다. 뛰어난 성능으로 미국 소방서에서는 실무에 활용되고 위험 지대에서는 순찰용으로도 활약한다. 스팟은 실제 개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로봇을 구경하러 온 민하원(남·8) 군을 쉽게 떠나지 못하게 했다.
G1은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중에서도 높은 기동성과 반응성으로 주목받는 G1은 실제 복싱 동작을 구현한다. 전신 곳곳에 탑재한 카메라와 센서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공격을 피하고 정확한 타격 동작을 취한다. 모션 캡처 기반 학습 시스템 덕에 잽·훅·킥 등 다양한 격투기 동작을 자연스럽게 수행해 로봇 간의 복싱 경기도 성사된다.
에이로봇에서 개발한 Alice M1은 산업 현장을 위해 개발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사람의 움직임을 모사해 무거운 물류 상자를 들어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고 부상 위험이 큰 단순·반복 업무를 대신 맡는다. 주변 환경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해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현대인에게 필수인 커피, 달콤한 에이드 등 다양한 음료의 주문부터 제조, 수령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로봇카페 비트가 등장했다. 로봇 앞에 설치된 인공지능 카메라가 대기하는 사람을 인식하면 로봇 바리스타가 팔을 움직이며 인사하고 디스플레이에는 다양한 표정이 나타난다.
천성우(과기대 전자및정보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하는 촉각 기반 로봇 암은 기존의 로봇이 가진 한계를 극복했다. 과거의 로봇은 카메라로 물체를 관찰하는 데 그쳤으나 로봇 암은 직접 만지고 판단한다. 로봇 암의 손에 있는 촉각 센서는 물체 질감의 차이를 감지해 사람 손이 느끼는 감각을 그대로 모방하고 반응할 수 있게 한다. 천 교수는 “사람 손 수준의 정교함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주노(과기대 전자·기계융합공학과) 교수의 첨단 로봇 연구실은 ‘사람을 돕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정 교수는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로봇 개발을 연구의 핵심으로 꼽으며 “로봇이 사람 옆에서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개의 바퀴로 균형을 잡는 이륜역진자 로봇은 사람이 가볍게 밀어도 방향을 바꿀 만큼 안정성이 높아 복잡한 환경에서도 배달이나 안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병원용 침상 이동 로봇은 병원에서 환자가 편안하게 이동하도록 진동을 최소화한 주행 구조와 전 방향 이동 기능을 갖췄다. 로봇이 침상을 운반하고 사람은 주변 환경을 관리하는 형태로 협업하면 의료 현장의 부담이 줄어든다.
임세용·배은준 기자 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