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별점: ★★★★★
한 줄 평: 추위 속 모닥불
크리스마스 자정이 다가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두터운 주머니 안에 받고 싶은 선물이 적힌 편지를 넣고 1년 동안 나쁜 짓을 한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며 잠자리에 들곤 했다. 새벽에 일어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선물이 있는지 확인했던 그 순간, 선물을 받고 기뻐했던 그 추억은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한편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클라우스>는 산타클로스의 이야기를 아이들로부터 편지를 받고 배달하는 우체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다. 철부지 주인공 제니퍼는 처음엔 단순히 클라우스의 선물을 이용해 편지 할당량만 채워 외딴 오지인 스미렌스버그를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전달한 선물 덕에 마을이 온정과 배려로 따뜻하게 변해가고 클라우스와의 일을 안락한 생활로 복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바라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선한 행동은 또 다른 선한 행동을 낳는 법이지”
의도와는 별개로 제니퍼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 행동은 싸움을 일삼던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줬고, 이는 어른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마을 자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제니퍼의 행동은 선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칸트의 의무론에 따르면 행위의 동기가 물질적 욕구라는 자연적 경향성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행위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결과와 동기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선물로 인해 바뀐 어린아이들의 행동과 화목해진 마을은 그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물을 나눠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결과가 하나의 동기로써 작용한 것이다.
선한 영향력은 의도와 행동이 동시에 이뤄질 때 실현된다. “행동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라는 <탈무드>의 말처럼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실천이 없다면 세상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이러한 행동과 의도의 간극은 대부분 무관심한 사회 분위기 및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일상에서 우리는 종종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마주친다. 용기를 내 다가가 보자. 당신의 선행이 만드는 아름다운 모습은 또 누군가에게 동기가 되고 온기가 가득한 사회로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김세호(생명대 환경생태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