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과학과가 본교 교수사회의 뜨거운 화두다.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 데이터과학과는 교육부의 첨단학과 신·증설 계획에 본교가 참여하며 만들어졌다. 서울캠엔 데이터과학과와 함께 융합에너지공학과, 스마트보안학부가 내년에 문을 연다. 학과가 새로 생길 때 통상 가장 큰 쟁점은 정원 조정이다. 총 정원이 정해진 상황에서학교가 새 학과를 만들어 신입생을 뽑으려면, 결국 기존의 다른 학과에서 정원을 줄여야 한다. 학과 규모·영향력과 직결된 것이 정원이기에 어떤 학과도 양보하긴 어렵다. 내년도 서울캠에 새로 생기는 학과들은 정원 조정 이슈를
3·15 부정선거가 있던 1960년 3월, 고려대는 겨울방학이었다. 그때 대학은 지금과 달리 3월에 졸업식을 했다. 4월에 신입생을 받았다. 부정선거 전부터 자유당의 음모는 알음알음 얘기되고 있었다. 불의에 가장 먼저 저항한 건 다름 아닌 고등학생들. 2·28 대구 학생데모가 일어났다. 마산에선 학생 9명이 사망했다. 김주열 열사도 이때 유명을 달리했다. 대학생들은 잠잠했다. 그때 대학교는 겨울방학이었다. 하 수상하던 1960년 봄 고대생들이 대학생 중 가장 먼저 일어섰다는 걸 우리는 모두 안다. 엄혹하던 시대에 그들은 고대정신이란
○…하늘 맑은 겨울밤엔 오리온자리를 볼 수 있다. 캠퍼스에서도 보인다. 커다란 별 네 개가 윗변이 더 긴 사다리꼴을 이룬다. 왼쪽 위 꼭짓점은 1등성 베텔게우스다. 위에 있는 다른 별들과 이어진다. 오리온의 팔 하나를 완성한다. 몽둥이를 든 형상이다. 오른쪽 위 꼭짓점도 오리온의 어깨다. 방패를 든 반대 팔로 뻗어 나간다. 이제 다리를 그릴 차례다. 별 몇 개만 더 찾으면 된다. 사다리꼴 짧은 변 아래 1등성 리겔이 방향을 잡아줄 것이다. 오리온자리 완성이다. 별자리를 그리려면 하늘을 봐야 한다. 오래, 올려봐야 한다. ○…고려대역
○…휴대전화는커녕 삐삐도 없던 칠팔십년대. 그리고 삐삐가 유행하기 시작한 구십년대 초반까지. 그 시절 대학생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학보(대학신문)를 보냈다. 흰 종이에 연서를 적고, 1면이 잘 보이게 학보를 접은 다음, 편지로 감싸, 우편을 부쳐, 답장이 오길 기다렸다. 편지만 보내기 쑥스러워 학보도 함께 보냈다. 나름 신원 증명을 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학보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담겼다. 편지에는 못 담은, 그런. ○…중학생 때였다. 우리는 함께 책을 읽으면서 친해졌다. 편지도 참 많이 했다. 언젠가 그걸 다 모아서 책을 내도
○…통통한 애벌레들이 캠퍼스를 꾸물꾸물 지나다닌다. 다른 곤충류와 다르게 이들은 겨울이 깊을수록 개체 수가 급증한다. 외피는 주로 검은색이나 흰색으로, 목 아래부터 정강이 위까지 덮는다. 재질은 나일론, 폴리에스터, 솜, 동물 털 등이다. 보온에 특화돼 있다. 이 애벌레들은 냄새가 안 나리라는 자신감에 몰래 방귀를 뀌기도 한다. 그런데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외피 안에서 냄새가 퍼져 괴로워한다고 전해진다. 외피를 펄럭이는 애벌레가 있다면 의심해보자. ○…한 애벌레의 소식이다. 그는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방을 빌려 산다. 생활지
○…기간이 지나면 기간이 돌아온다. 시험기간이 끝나니 과제기간이다. 작심한 듯 교수들이 과제 세례를 퍼붓는다. 숨을 곳은 없다. 모든 것은 강의계획서에서 정해진 대로. 학생불가침한 율법이다. 어떤 교수는 2주 만에 15장짜리 소논문을 쓰라고 했다. 여섯 과목 수강하는데 모두 이런 식이라면 2주 만에 소논문 90장 써야 한다. 물론 극단적인 계산이다. 하지만 교수는 이런 상상 안 한다. 오호애재라.○…과제기간이 일주일이라 치면 처음 닷새는 한탄과 미루기에 쓰고 나머지 이틀 동안 와다닥 마무리한다. 보편적인 대학생의 자세다. 벼락은 시
○…근자에 강의 도중 떠드는 학생이 많다는 소문이다. 원성이 자자하다. 첩보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강의실 뒤쪽에 출몰한다. 대학 강의를 듣고 웃음 짓기 쉽지 않은데, 수업시간 내내 키득거리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강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활발히 저들끼리 떠든다. 심지어 여의치 않을 땐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술법을 부린다. 학문의 발견을 초월하는 담론이 오가는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학생들이 귀한 수업시간에 담소를 나눌 리 있겠나. 암. ○…미디어관에서 학교 바깥으로 나갈 때 바로 나오는 도보가 공사 중이다. 보도블럭을 다 들어내
이따금 학교 곳곳에서 외국인 학생을 겨냥한 날 선 말이 들린다. 집단을 분명히 저격한 그 말들은 일순에 날아가 오차 없이 표적에 꽂힌다. 팀 프로젝트 때 불성실했던 외국인 학생 얘기 등 말들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 그런 사람은 어느 집단에나 있다. 다양성은 늘어나는데 포용성이 부족하다.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의 2007년 논문을 보자. 공동체에 인종 다양성이 늘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나, 단기적으로는 신뢰, 이타심, 협력 등이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친구 관계도 준다. 퍼트넘 교수의 논문을 두고 미국의 시민사회운동가 파
과마다 FM 구호가 있듯 고대신문에는 사호(社號)가 있다. 온몸이 우글쭈글해지게 만드는 사호의 내용은 ‘지축박차 천지흔들 오자오식 정정캔트(訂正 can’t) 리멤버~ 고대신문야!’. 나름 신나는 4박자 리듬이다. 부르기엔 낯간지럽지만, 담고 있는 의미는 꽤 진중하다. ‘지축박차 천지흔들’에는 호상비문 정신이 깃들어 있다. ‘오자오식 정정캔트’는 글자를 잘못 적거나(오자) 활판에 활자를 잘못 이식할 경우(오식) 정정이 난망하다는 의미다. 언어와 사실을 바르게 전달해야 할 기자의 사명을 일깨우는 구절이다. 흥겨운 리듬에 이런 뜻을 담은
아쉽다.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이 고연전에서 진 것도 그렇고, 태풍으로 토요일 행사가 취소 된 것도 그렇다. 이번엔 이기리라 성원했던 학생들은 털래털래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고 연전이 좋은 게 뭔가. 경기는 지더라도 푸지게 먹고 마시며 재미나게 어울려 놀았으니 그만이 다. 경기점수가 어떻든 잘 노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게다가 이번 주엔 추석이 기다린다. 학내 게시판엔 동아리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었다. 신입부원을 모집하기 위해 동아리들은 홍보에 열심이다. 요즘엔 학점 향상, 취업 스펙에 도움될 만한 ‘쓸모’가 뾰족하지 않다는 이유
집회는 성공적이었다. ‘조국 딸 입시부정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한 1차 고대집회는 서울총학(회장단 이하 중운위) 없이도 잘 조직됐다. 2차 집회는 총학이 이끌긴 했지만, 참여 인원은 비교되게 적었다. 학생들은 그간 총학이 주도했던 집회의 처참한 동원력과 중앙광장을 가득 메운 1차 집회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1~2차 집회가 조직되는 동안 보인 모습도 실망감을 안겼다. 총학의 반응속도는 더뎠다. 1차 집회 참여 여부를 밝히는 데 이틀, 2차 집회 시기를 알리는 데도 이틀이 걸렸다. 2차 집회는 당일 새벽에서야 자유발언 지원자를 받기 시
익숙한 모습이다. 마감날 밤 편집실 인근 식당은 엇비슷한 모습을 연출한다. 한 두잔 주고받는 무리로 자리는 가득 차 있다. 조합은 대개 비슷하다. 호방하게 떠드는 동기 무리, 오붓하게 잔 걸치는 커플, 그리고 대학원생과 교수. 더러 학생은 좌식 테이블에 꿇어앉아 있다. 대학원생의 행동 패턴은 예측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교수가 하는 말이면 웃음을 빵빵 터뜨린다. 속이 울렁여도 술은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마신다. 교수가 “괜찮지?”하면 “괜찮습니다!”하고 씩씩하게 외친다. 이들이 별다른 반응과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판단은 각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