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중 동남정신과의원 원장은 20년 전 국내에 개념조차 없던 ‘은둔형 외톨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었다. 1999년 여 원장은 정신과에 찾아온 환자들을 상담하며 어떤 병으로도 진단 불가능한 환자들을 마주했다. 처음엔 방에만 있기에 ‘방콕족’으로 학회에 보고했지만, 일본에 ‘히키코모리’라는 개념이 있음을 알게 돼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전문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1인 가구 증가, 뉴미디어의 탄생 등 ‘솔로 사회’로 변해가는 지금, 이들은 새로운 생활양식일 뿐 강제로 사회로 복귀시켜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 은둔형
영국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사람들을 물어보면 셰익스피어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도 셰익스피어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교환학생으로 있는 버밍엄(Birmingham) 도시의 가장 큰 공공 도서관인 버밍엄 도서관에는 셰익스피어 룸(Shakespeare room)까지 있을 정도다. 런던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공연했던 글로브 극장이 아직 남아있다.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문구들을 자주 변형해 사용한다. 광고에서 ‘to be or not to be’가 변형되어 사용된 것도 보았다. 이렇듯 현재까지도
지난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영화 이 이날 개봉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은 1969년부터 1973년까지 활동했던 여성 주도 네트워크 ‘제인 콜렉티브(Jane Collective)’를 조명하는 영화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동한 제인 콜렉티브는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여성 인권단체였고, 공식적인 명칭은 ‘여성해방 임신중지 상담서비스(Abortion Counseling Service of Women’s Liberation)’였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임신중지가 불법
별점: ★★★★☆한 줄 평: 액션 활극이 아닌, 참상을 담은 ‘진짜’ 전쟁 영화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급작스러운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서울에 살던 구두닦이 형과 모범생 동생은 즐거운 나날들을 뒤로 한 채 징병 되기에 이른다. 형은 동생의 제대가 걸려있는 무공훈장을 위해 처절히 전투에 임하게 되고, 결국엔 수훈에 성공하나 혼란한 전황 속에 동생의 제대는 좌절된다. 게다가 동생의 생사를 착각한 형은 분개하며 북한군의 편에 서서 싸우기 시작한다. 이후 형제는 전투에서 극적으로 조우하게 되나 형의 희생으로 동생만이 살아남
재개발. 사전에선 이 단어를 ‘기존 낙후된 지역을 전부 밀어버리고 도로, 상하수도, 주택 등을 새로 지어 주거환경과 도시미관을 바꾸는 사업’이라 정의내린다.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미관을 생각한다는 것에서 언뜻 긍정적인 느낌이 들지만 저 정의의 핵심은 사실 “낙후된 지역을 전부 밀어버린다”는 폭력적 전제에 있다. 재개발의 장밋빛 청사진이란 어쩌면 난개발에 따른 잿빛 절망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레인보우99’이라는 음악가가 있다. 그는 화려한 메인스트림보단 숨죽인 언더그라운드에서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며 음악을 만들어온 사람이다.
영화 는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라는 반전으로 유명하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보기 전에 반전부터 먼저 접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란 걸 알고 봐도 는 반전 영화로서 훌륭하게 기능한다(이를 두고 1999년 작 영화를 스포했다고 지탄하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명작은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서도 다시 찾게 만드는’ 법이다. 모든 걸 알고 난 상태에서 다시 봐도 재미를 음미하게 만드는 건 순전히 명작의 힘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몇십 년 전에 개봉한 본인의 ‘인생 영화’를
별점: ★★★★★한 줄 평: 터무니없는 표류로 현실 꼬집기 여기 두 명의 김 씨가 있다. 첫 번째, 남자 김 씨. 억 단위의 빚, 애인과의 결별, 회사로부터의 해고. 악재뿐인 인생에 쫓겨 한강 다리에 매달린 김 씨의 선택은, 풍덩! 그러나 죽음마저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인 건지, 투신자살을 꿈꿨던 김 씨는 바라던 천국이 아닌 한강의 밤섬에서 눈을 뜬다. 서울 한가운데의 무인도에서 보낸 구조 요청은 전부 불발. 끝까지 되는 게 없는 삶을 비관하며 넥타이로 목을 매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간다. 실패 후 볼일을 보던 남자 김 씨,
1970년 11월 13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분신을 택한 전태일 열사가 사망했고, 정확히 44년 뒤인 2014년 11월 13일에 대법원은 쌍용자동차의 노동자 대상 정리해고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2023년, 노동 개혁이라 불리는 정책에 ‘노동자’가 없다는 것을 빤히 본다. 여전히 우리의 노동과 그 환경은 안전하지 않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팔을 벌리고 서 있는 걸까? 노동자들에게 고용은 생존의 문제이다. 그러니 이상적인 환경이라는 건 없다. 서로의 민낯을 보고서도 절대 물러설 수 없다. 나 하나 똑
지난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유명인들의 수능 시험장엔 기자와 팬들로 많은 인파가 몰린다. 집중을 요하는 수험생에겐 정신없는 시험장이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어 유명인의 수능 응시는 민감한 문제이다. 사람을 몰고 다닐 연예인의 시험소식을 기사화하는 것 - 오연우(사범대 교육22) 학업을 시험하는 가장 큰 교육평가 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인문계 청소년부터 모든 고등학생까지 포함하여 가장 시선이 많이 가는 시험일 것이다. 이는 학업을 준비하다가 삶의 방향을 춤과 음악으로 설정한 연예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별점: ★★★★★ 한 줄 평: 삶이 당신을 속일지라도, 사랑은 함께 있다. “You and whose army? (네까짓 게 무슨 힘이 있어?)” 낮인데도 어두컴컴한 방 안을 라디오헤드의 우울한 멜로디가 가득 채우며, 깡마른 소년의 큰 눈이 화면을 넘어 우리를 원망하듯 쳐다보고 있다. 소년의 머리카락은 빡빡 깎여나가고 있고, 발뒤꿈치에는 세 개의 점이 찍혀있다. 정적이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긴장되는 강렬한 오프닝 시퀀스다. 그러나 맥락을 파악하기는 아직 어렵다. 머리가 깎인 소년들, 세 개의 점….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이는 뒤에
넷플릭스, 새로운 요금제 출시국내 OTT 성장 위한 정부 지원지속적인 지원 방안 논의 필요 지난 4일 넷플릭스가 한국을 포함한 9개 국가를 대상으로 ‘광고형 베이직 요금제’를 출시했다. 요금은 기존보다 약 4000원 저렴한 월 5500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요금제를 사용하면, 구독자는 시간당 4~5분에 달하는 광고를 넘기지 못하고 시청해야 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서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은 OTT(Over The Top, ‘셋톱박스를 넘어’라는 뜻) 플랫폼의 위기를 보여준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최근 미국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던 단과대에도 새로운 학생회가 생겼다. 학생회는 학생과 학교 간 소통이 부재했던 잃어버린 3년을 뒤로 하고 학생 사회를 대변하고 있다. 지난 호(1963호)에 이어 이공계·녹지 캠퍼스에 위치한 중앙, 단과대, 학부 단위 학생회들의 공약 이행 여부를 점검했다. 간호대 ‘기대’ : 대면 수업 준비에 총력 다해 간호대학 24대 학생회 ‘기대(회장=박부건)’의 핵심 활동은 △간식 행사 메뉴 선정 방식 개선 △필수정보 공지 사업 △학생 필수정보 공지 사업 △간호대 자체 행사와 교류 행사 확대
미래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고, 과거를 정확하게 직시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동북아 구석기 시대부터 신석기 농경문화, 국가형성기의 한민족 음식문화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식품의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우리의 식문화의 과거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 중요하다. 특히 한반도 원시토기문화의 식품사적 의의는 동북아 국가형성기에 우리의 조상들이 어떻게 동북아의 엘리트 그룹으로 성장하였는가에 대한 영양인류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일만 년 전 한반도의 토기 문화에서 시작된 한국인
코를 찌르는 소주, 머리를 울리는 맥주, 주먹이 쥐어지는 막걸리보다 온종일 굳어있던 근육을 풀어주는 와인이 간절해질 때, 찾는 장소가 있다. 안암역 3번 출구에서 참살이길로 들어가 맥도날드까지 직진한 후 왼쪽으로 꺾으면 ‘팔레트’ 간판이 보인다. 문을 열자 짙은 나무색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 온다. 빔프로젝터로 영화가 상영되는 바 자리나 창가 자리도 좋지만, 창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에 앉아본다. 적당한 가격대의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이 준비돼 있다. 글래스로 마시면 와인 종류를 선택할 수 없지만, 5000원이라는
남성과 여성이 몸값을 두고 흥정을 한다. 어플을 통해 만난 여성의 첫 경험을 두고 벌어지는 흥정은 이내 남성의 장기를 두고 벌어지는 경매로 넘어간다. 비현실적인 설정과 함께 시작하는 드라마 은 동명의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일환으로 제작된 시리즈다. 원작이 그러했듯 드라마 역시 가평의 외진 모텔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 성매매가 장기매매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속 어두운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원작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진이 모텔을 덮치면서 생겨난 콘크리트 무덤 속에서 이들의 흥정이 계속해서 역전
공공대출보상제란 도서관에서 책을 무료로 대출함에 따라 발생하는 저작권자의 손실을 도서관에서 보상하게끔 하는 제도다. 출판계에서는 이 또한 저작권자의 마땅한 권리며 서적의 지속적인 대출이 서적의 판매기회를 없앤다고 주장한다. 도서관계에서는 이런 제도의 도입이 도서관의 문화적 기능과 공공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공공대출보상제, 더 풍족한 문화를 위한 길 - 오민아(문과대 국문20) 김승민 의원의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을 비롯해 도서관 대출도서에 대해 저작권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별점: ★★★★☆한 줄 평: 최악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현대판 멜로드라마 의학에서 심리학으로, 또 사진가로, 작가로. 스물아홉 살 율리에는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삶을 찾아 방황한다. 그는 40대의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지지만,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달라 어긋나고, 바람을 피우기도 하며 또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사랑이 전부는 아니다. 삶에 대해 고민하고 나아가며, 율리에는 최악이 된 자신을 마주한다. 영화는 총 14개의 챕터로 구성돼있다. 러닝타임 내내 카메라는 다음 챕터를 향해 달려 나가는 율리에를 좇고,
읽어보라KU ⑧ 대학생과 심리 상담 ‘읽어보라KU’는 학부생이 관심 가질만한 논문을 선별하여 요약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호는 대학생과 심리 상담을 주제로 논문을 선정했습니다.대학생, 대인관계 어려움 호소논문 34편 메타분석으로 효과 검증전공·시간에 따라 효과 달라 미국드라마에는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집단상담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집단상담은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본교 학생 상담센터는 ‘내 마음 플러스 집단상담’을 운영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집단상담은
서른에 만난 늦사랑, 그림책꿈을 위해 출판사 차려 “그림책으로 사랑 전하겠습니다” “자칭 아동문학의 한류스타, 이루리 작가입니다.” ‘이루리’라는 필명을 쓰는 정용후(독어독문학과 88학번) 작가는 그림책 덕후다. 그림책을 쓰고 편집하고 번역한다. 서평을 쓰고 대학에서 그림책을 가르치기도 한다. 쌀쌀한 가을날, 그가 운영하는 그림책 전문 서점 이루리북스에서 그의 그림책 사랑을 느껴봤다. 마음의 생명을 구하리 이루리 작가는 어린 시절 사람을 살리는 일에 매력을 느껴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어려운 형편에 꿈을 접었다. “의대에 가지 않고
파란 얼굴과 하얀 모자, 단상 위는 영락없는 스머프 마을이다. 스머프 주제가가 흘러나오고, 사회자는 벨기에의 문화를 소개한다.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지역, 달콤한 초콜릿과 와플이 유명하며 개구쟁이 스머프를 탄생시킨 서유럽의 작은 왕국, 벨기에입니다!” International Students Festival(외국인학생축제, ISF)의 꽃, 전통의상 소개 패션쇼는 경쾌하게 막을 올렸다. 본교 교환학생 교류회 KUBA(회장=전형탁)는 매 학기 전 세계 문화를 알리는 ISF를 개최한다. 지난 10일 서울캠퍼스 민주광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