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아우르는 리더십 필요

등록금 인상보다 의존율 감소 집중

세종캠 이원화, 소모적 논쟁 끝낼 것

 

제21대 고려대학교 총장으로 김동원 신임총장이 취임했다. 그는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회복해 ‘강한 고대’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제21대 고려대학교 총장으로 김동원 신임총장이 취임했다. 그는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회복해 ‘강한 고대’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KU, The Glory’.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자락에 제21대 고려대학교 총장으로 김동원 신임총장이 취임했다. 4년간 본교를 이끌어나갈 김동원 신임총장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강한 고대’를 내걸며 변화를 강조했다.

 

  - 앞으로 만들어갈 고대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세상의 변화에 따라 대학의 모습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구 절벽과 지식의 대중화 시대가 오며 대학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변화를 통해 새롭게 변신해야 합니다. 교육의 내용이 바뀌어야 하는데, 융합과 통섭이 필요합니다. 사회 문제는 학문별로 나눠 발생하지 않기에 지금처럼 학문별로 벽이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회와 연관되도록 학문 자체가 융합, 통섭이 돼야 합니다. 강의하는 주체 또한 달라져야 하죠. 교수도 현실과 가까운, 현장 경험이 많은 분들을 모셔와 강의해야 합니다.”

 

  - 선거 슬로건이던 ‘강한 고대’는 어떤 모습입니까

  “단기적으로는 재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과 고려대의 위치를 확립하는 일입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등록금이 15년째 동결되는 등 대학의 재정이 어려운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또한 고려대가 최근 평가들에서 우리의 기대보다 낮은 평을 받았죠. 이를 회복하는 것이 당장 눈 앞의 단기적 과제입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강한 고대’는 하나의 대학에서 더 나아가 나라 전체를 이끌어가는 대학을 의미합니다. 예전의 고대는 나라 전체에 큰 화두를 던지면서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최근엔 이런 모습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강한 고대’를 의미합니다.”

 

  - 취임을 준비하며 발견한 본교의 개선점은 무엇입니까

  “인수위를 통해 본부 부처를 대상으로 살펴보니, 고려대는 굉장히 단단한 조직이었습니다. 다만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무엇이 목표인지, 어떻게 나아갈지 정확한 방향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학교 전체의 방향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든 것을 잘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좀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경영해야 합니다.”

 

  - 선거 당시 ‘모금’을 강조하셨습니다

  “모금을 강조하지 않은 후보가 있었나요?(웃음) 재정에 있어서 모금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모금만으로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하는 교육과 연구를 통해 학교가 수익을 올려야 합니다. 그중 하나가 생애 주기별 교육 시스템 발전입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대학 재정에 관해 지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금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은 버는 것뿐 아니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돈을 쓰는 면에서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후보 때부터 강조한 것처럼 ‘제로베이스 예산제도’를 도입하려 합니다. 각 조직의 예산을 ‘0(zero)’에서 다시 편성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예산을 일괄적으로 늘리거나 줄이는 구조이다 보니 각 단과대학과 부서의 손익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교육기관인만큼 모든 것을 손익으로 바라볼 수는 없지만 파악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조직별로 분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돼야 합니다. 이런 제도를 도입한다면 재정 관리가 좀 더 효율적으로 이뤄지리라 생각합니다.”

 

  - 공약으로 제시한 전 생애주기 대상 교육기관으로의 발전은 어떤 의미입니까

  “인구가 줄면서 일반적인 20대 학생만으로는 학교를 도저히 운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장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MBA 특수대학원 등을 강화해야 합니다. 특수대학원에서 재정을 확보하고, 이를 학부와 일반대학원에 투자하는 시스템을 형성해야 학교가 선순환 구조로 운영됩니다. 이것이 생애주기 대상 교육 기관으로의 발전입니다.

  메타버스를 비롯한 온라인 교육 역시 현재 본교에 필요한 교육 방식입니다. 한류 영향으로 외국 학생들이 본교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어가 가능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학위과정과 비학위과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미국이나 호주, 영국의 대학에선 외국인 학생 등록금이 전체 수익의 40%까지 차지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학생들을 확보해 세계화된 캠퍼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동원 신임총장은 지난 2일 입학식 후 학생회관 1층 학생식당에 방문했다.
김동원 신임총장은 지난 2일 입학식 후 학생회관 1층 학생식당에 방문했다.

 

  - 등록금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미국 사립대학에 비하면 본교의 등록금이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등록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절대 인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등록금에만 매달리는 경영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등록금으로 수입을 늘리기보다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고자 합니다. 현재 본교 등록금 의존율이 약 52%인데, 이를 30%대로 낮추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한마디로 수입의 다변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장기적 발전을 위해 수입을 다변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세종캠퍼스 이원화 관련 균형발전위원회 청사진은 무엇입니까

  “세종캠 이원화는 선거 때마다 나왔지만 해결된 적은 없고, 지금도 서울과 세종 양쪽 모두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번 기회에 이원화 추진에서의 장단점을 본격적으로 분석해보고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싶습니다. 양 캠퍼스 부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교수 대표와 학생 대표를 모아 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합니다. 고려대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논의하는 일인 만큼, 정확히 따져보고 학교 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습니다.”

 

  - 잦은 파업 등 직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예정입니까

  “미화노조가 지난해 말 변경된 용역업체와의 교섭이 진행 중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합의가 될 것입니다. 원래 협상이란 게 그런 것이니까요. 한 가지 대원칙으로 말하자면 대화로 푸는 것이 제일 이익입니다. ‘파업은 아무도 이기지 못한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양쪽이 원칙을 지키되 소통을 자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노사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직원 문제들도 소통으로 갈등을 줄여나가고 원칙적으로 문제를 다루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할 일은 무엇입니까

  “당선 후 메일로 의견을 전달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GPA나 장학금 관련 의견부터 하나스퀘어의 헬스장 운영 건의사항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주고 있습니다. 가능한만큼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고요. 메일만으로 소통 할 수 없으니 ‘총장 오피스아워’를 도입해 모든 교내 구성원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다양한 구성원과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교수님과 직원 선생님들부터 돌아가면서 약속 시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추후 학생과의 약속도 잡으려 합니다.

  학내 구성원의 실질적인 문제들을 알기 위해 깜짝 방문도 계획 중입니다. 현장을 중요시하는만큼 직접 방문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나가며 공급자 위주의 교육기관에서 수요자 위주의 교육기관으로 바꿔야 합니다.”

 

  - 본교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의 상황은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습니다. 총장 선임 후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위기’, ‘침체’, ‘도약’입니다. 우리가 뭔가 변화를 해야 할 때인 것입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보통 3단계를 거칩니다. 먼저 위기를 선언하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비전을 보여준 후, 모두가 협력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본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 목표는 아시아 1등입니다. 국내에서 다툴 것이 아니라 아시아로 대상을 넓혀 치고 나가야 합니다. 다음엔 세계로 나가야겠죠. 그렇게 도약하기 위해선 많은 변화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저항에도 부딪히겠지만 저는 확신을 가지고 구성원 모두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많은 조언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글|김시현 편집국장 poem@

사진|문원준·염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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