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문화에 공약 중점
구체적 실현 계획 요구돼
현 총학과 중복된 공약 있어
제38대 세종총학생회장단 선거에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 ‘가온(정후보=박준)’이 단독 출마했다. 선본 가온은 복지·문화·소통·환경 관련 16개 공약을 제시했다. 지난 20일 세종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김태우)가 주최한 후보자 토론회에선 선본 가온의 공약이 검증됐다. 오늘(25일)은 온라인 사전투표가, 26~27일엔 오프라인 투표가 시행된다.
“학생사회에 활기 부여할 것”
선본 가온은 대표 공약으로 학생회관 편의시설 입점 추진을 내세웠다. 정후보 박준(글비대 영미학21) 씨는 “학교 측에서 학생 의견을 자세히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총학생회가 직접 수요조사를 진행해 학생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보자 토론회에선 제38대 세종총학생회(이하 ‘세종총학’) 임기는 내년 1월 시작되는 만큼 같은달에 시작되는 학생회관 리모델링 사업에 충분한 의견 개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문화 부문에선 △캠퍼스 전체 체육대회 △조치원 소상공인 협력 축제 △캠퍼스 내 교류의 장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준 후보는 “소상공인 협력 축제로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학생들에겐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축제는 대동제와 병행하거나 독립적인 축제로 기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캠퍼스 전체 체육대회는 각 단과대 체육대회에서의 우승팀 간 대회 개최나 소속 학과와 단과대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팀을 구성해 진행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강단비(문스대 문화콘텐츠21) 씨는 “각 단과대 간 행사 일정을 조율해야 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단과대별로 예선을 진행하는 것이 전체 체육대회 취지와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현 가능성엔 물음표
공약의 상당수가 이행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학교 유관부서 또는 외부와 협력해야 하는 건물별 흡연부스 설치, 학생 주차 정기권 발급 등이 언급됐다. 박준 후보는 “흡연부스는 유동 인구가 많은 건물에 우선 설치할 예정”이라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 예산 확보를 통해 내후년에라도 모든 건물에 부스를 설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캠퍼스 내 주차 시설은 이미 평일 낮 시간대에 포화 상태인 만큼 학생 주차 정기권 도입이 과포화 현상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 후보는 “주차 공간 확보는 학교 측과 계속 논의해야 하는 장기 과제”라며 “제38대 총학생회 이후에라도 실현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고 했다.
학교 내 샛길 보수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선본 가온이 보수를 약속한 학생회관 뒤 원룸촌으로 가는 골목 샛길 중 일부 면적은 학교에 보수 권한이 없어 세종시와의 논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헐떡고개 벽돌 계단 일부가 훼손됐음에도 보수 공사가 늦어졌기에 해당 공약 실현 가능성엔 더욱 의문이 남는다. 지난해 4월 시설안전팀은 “학군단 방향부터 벽돌로 된 계단 부분 외 면적에 대해선 학교 권한이 없다”며 “예산·보수 인력 등도 한정돼 파손 시설에 대한 보수 작업을 일일이 실시하긴 어렵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공약의 실효성도 점검이 필요하다. 이미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만큼 선본 가온이 내세운 총학생회 홈페이지 활성화 공약은 활용도가 낮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박준 후보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접근성이 좋긴 하나 이를 사용하지 않는 학우도 있기에 공적인 소통 창구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에 대한 감시·견제를 목표로 내건 비학생회 참여 위원회 신설 공약은 실효성과 설득력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소연(문스대 문화창의21) 씨는 “총학생회가 학우들의 다양한 시선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별도의 위원회 형태로 운영해야 하는 이유가 모호하다”고 평했다. 제34대 세종총학(회장=박재우) ‘더 나은’이 이미 학생참여위원회를 운영한 적이 있음에도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확정하지 못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전대 총학과 소통했어야”
현 총학생회와 공약이 중복되며 소통 미비가 드러나기도 했다. 선본 가온이 약속한 녹지운동장 학생 우선 사용 추진은 제37대 세종총학(회장=김진경) ‘클로버’가 현재 이행 중이다. 박준 후보는 “녹지운동장 사용 현황을 분석하고 이용시간을 오전 1시까지 늘리고자 한다”며 “전대 총학생회가 현재까지 세종시와 논의하지 못한 만큼 세종시와의 논의에 힘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진경 세종총학생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총무팀과 논의해 개방 시간을 자정까지 늘리고 이에 따른 수요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남은 임기 내에 공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본 가온은 클로버가 이행한 부총장과의 면담 정례화도 다시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진경 회장은 “선본 가온이 공약 준비 과정에서 현 총학생회에 연락을 취한 적은 없었다”며 “아직 임기가 남았기 때문에 선본 가온이 클로버와 논의해야 했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글|서지연·최수현 기자 press@
사진|서리나 기자 suhri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