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오로라.
핀란드의 오로라.

 

  핀란드는 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일까?

  내가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온 가장 큰 이유는 이 물음에서 시작된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2024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는 7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됐다. ‘웃음이 많은 나라는 중남미 국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곳에 오니 생각이 바뀌었다. 즐거울 때도 크게 내색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핀란드에서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소속 공동체를 신뢰하고 타인을 존중하되, 적당한 무관심의 자세를 견지하는 게 핀란드인의 행복 비결이라고 느꼈다. 핀란드인들은 여유를 잃지 않는 동시에 북유럽 복지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도 한다. 온라인에 소득 상위 가구의 소득과 납세 현황이 공개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핀란드에서의 생활은 사소한 순간도 ‘소확행’일 때가 많았다. 정시에 오는 대중교통,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기다리는 운전자, 어디에나 있는 국민 캐릭터 무민, 도서관의 유모차 주차 공간과 악기 연주·콘솔 게임 공간, 그리고 도보로 갈 수 있는 수많은 해변과 공원.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유토피아인 것은 아니다. 한국이 익숙한 나는 11월부터 오후 4시에 지는 해와 짧아지는 하루에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핀란드는 고립으로 인한 우울증 지수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핀란드에는 이런 시간을 버텨 온 오랜 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핀란드인들은 계절상으로는 긴 겨울을, 역사상으로는 스웨덴과 러시아로부터 지배받은 기간을 시수(Sisu) 정신으로 견뎌왔다.

  헬싱키는 11월에 가장 흐린 유럽 수도로 여겨진다. 이때 헬싱키에서는 유럽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 슬러시(Slush) 등 여러 큰 규모의 행사가 열린다. 핀란드 주류 업체 ‘오리지널 롱 드링크(Original Long Drink)’는 1년 중 가장 날씨가 흐린 날(The Greyest Day of the Year)을 선정해 헬싱키 대성당 앞 광장에서 무료 콘서트를 개최한다. 지난달 9일 핀란드인들은 롱 드링크를 마시며 해당 콘서트를 관람했다. 

  나에게 핀란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볼수록 더 매력 있는 나라가 되었다. 행복의 사전적 정의는 ‘복된 좋은 운수’라고 한다. 누가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주관적인 의미가 담기는 이 단어 뒤에 여전한 물음을 남기고 싶다.

  어떤 사람이, 어떤 나라가 가장 행복할까?

 

김규원(사범대 국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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