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매출액·판매 부수 꾸준히 감소

매거진이 커뮤니티 기능 하기도

“팩트 체크·미디어 리터러시 필요”

 

2024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잡지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종이 잡지의 총 매출액은 5315억으로 2021년 대비 21.1% 감소했다.
2024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잡지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종이 잡지의 총 매출액은 5315억으로 2021년 대비 21.1% 감소했다.

 

  종이 잡지가 위기를 겪는 가운데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매거진 콘텐츠가 부상하고 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종이 잡지와 달리 짧고 직관적인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높은 접근성과 감각적인 콘텐츠로 독자를 끌어들이며 잡지 생태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 장벽이 낮은 만큼 비전문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쉽게 공유돼 콘텐츠의 질을 낮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주도한 생태계 변화

  SNS 등 디지털 미디어가 빠르게 성장해 대부분의 정보 소비가 온라인 환경에서 이뤄지자 종이 잡지를 포함한 인쇄 매체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했다. 독자가 종이 잡지를 찾지 않자 발행되는 잡지 수도 크게 줄었다. 2018년에는 대표적인 여성 패션지인 <여성중앙>, <인스타일>, <쎄씨>가 잇따라 폐간했다. 2024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잡지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잡지산업의 총 매출액은 5315억 원으로 2021년 대비 21.1% 감소했다. 호당 평균 발행 부수는 2021년 6544부에서 2023년 3947부로 40% 줄었다. 윤무중 교보문고 잡지MD는 “10년 전만 해도 4000종가량 유통됐지만 현재는 2000종 정도만 입고된다”고 했다.

  종이 잡지 시장은 휘청였지만 최근 몇 년간 인스타그램에서 매거진을 표방하는 큐레이션 콘텐츠는 부상했다. 패션·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아이즈매거진’은 2013년 창간해 초기 7년간 수익이 없었으나 2023년 100억 원 매출을 달성했고 현재 112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정보를 모바일 기기로 접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이용 습관이 매출 상승을 이끈 것이다. 박소정(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활자보다 이미지와 영상에 익숙한 세대가 주된 콘텐츠 소비자로 자리 잡으며 직관적이고 빠른 콘텐츠로 정보를 얻으려는 성향이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잡지사·일반인 경계없는 콘텐츠 제작

  많은 종이 잡지사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 인스타그램 매거진을 운영하고 있다. HLL중앙은 <엘르>, <코스모폴리탄>, <하퍼스 바자>의 브랜딩을 이어간 ‘휙 매거진’을, <보그>, <지큐> 등을 발간하는 두산매거진은 ‘FASTPAPER’ 매거진을 선보였다. <대학내일>은 2019년 장기 휴간에 들어가며 사실상 폐간 수순을 밟았으나 2023년 인스타그램 매거진으로 복간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을 운영하는 심효진 <리빙센스> 편집장은 “잡지사들이 블로그, 웹진 등 다양한 홍보 전략을 펼쳤던 것처럼 바이럴 효과가 높은 인스타그램을 운영해 매거진의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높은 소비자 접근성이 효과적인 브랜딩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경희(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는 “기업들이 인스타그램 기반 매거진 제작에 나서는 것은 유행에 편승하기 위함이 아니라 감각적 이미지와 짧은 텍스트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전략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광고 시장의 무게중심도 이동하고 있다. 기존 잡지는 브랜드의 위상을 보여주는 프리미엄 이미지 광고의 성격이 강했지만 인스타그램 매거진에서는 광고가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이 교수는 “디지털 매거진은 콘텐츠 안에 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여 둘의 경계를 흐리기에 독자는 광고를 흥미로운 볼거리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심 편집장은 “종이 잡지에선 제품 소개가 광고의 유일한 기능이었지만 인스타그램 매거진에서는 팝업스토어, 전시, 브랜드 파티 등 오프라인 행사와 연계된 콘텐츠로 독자의 참여를 유도해 광고 효과를 크게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쉽게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보니 특정 분야의 취향을 큐레이팅하는 소규모 매거진도 늘고 있다. 본교 학생들이 운영하는 ‘코쓱 매거진’은 학생들의 일상이나 관심사, 문화를 담는다. ‘밴드붐은온다(AgeofBand)’는 밴드 음악에 특화된 매거진으로 밴드를 추천하거나 음악계 소식을 전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2024년 1인 체제로 시작됐지만 다양한 밴드를 모아 공연을 기획하거나 컴필레이션 음반을 발매하고 있다.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도 인스타그램 매거진만의 순기능이다. 성북구 지역의 카페나 행사를 소개하는 ‘돌고돌아 성북천’의 운영자 조정묵(남·27) 씨는 “북한산과 한양도성 등 옛 서울의 정경을 가진 성북구가 좋아 동네의 매력을 알리고자 시작했다”고 했다. 돌고돌아 성북천은 성북구 주민들과 오픈채팅을 운영하거나 지역 상점과 협업해 운동회를 개최하는 등 온라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를 오프라인 만남으로 연결하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로 지속성 확보해야

  인스타그램 매거진을 중심으로 한 큐레이션 콘텐츠의 유행이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보의 진위 검증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신뢰성 확보는 아직 과제다. 박 교수는 “플랫폼 차원에서 에디터의 팩트 체크와 더불어 광고 표시를 의무화하거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영화, 책 등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이를 큐레이팅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저작권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기준과 지침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자는 광고와 가짜 뉴스를 판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길러야 한다. 문수지(대진대 문예콘텐츠창작학과)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에는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콘텐츠 이용자도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글 | 김정린 기자 joring@

사진 | 최주혜 기자 choi@

인포그래픽 | 송민경 기자 p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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