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보다 경험 제공하고파

“큐레이션 과의존 경계해야”

 

김민성 종이잡지클럽 대표는 “비슷한 관점만 소비하게 만드는 큐레이션을 경계하고 종이 잡지로 자신만의 철학을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김민성 종이잡지클럽 대표는 “비슷한 관점만 소비하게 만드는 큐레이션을 경계하고 종이 잡지로 자신만의 철학을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젊고 기민한 감각을 내세우면서도 아날로그의 정취를 지키는 종이잡지클럽은 서울특별시 합정동과 제주특별자치도에 위치한 종이 잡지 전문 서점이다. 잡지 낱권도 판매하지만 회원권을 사면 잡지를 무제한 열람할 수 있어 도서관의 성격도 함께 지녔다. 김민성 종이잡지클럽 대표는 “함께 잡지를 읽는 경험을 판매하는 것이 종이잡지클럽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 종이잡지클럽의 운영 계기는

  “오랫동안 은행에서 기업금융 담당자로 일하면서 금융계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늘 답답함을 느꼈어요. 창의성을 발휘할 창업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2018년에 일했던 동네 서점의 단골손님으로부터 잡지 전문 공간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죠. 젊고 역동적인 공간, 향수와 애정 외에도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운영자로서의 역할은

  “잡지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프로젝트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만의 언어와 형식을 찾고자 방문하는 손님이 많아요. 그런 손님들께 저는 공간의 큐레이터라기보단 도슨트로서 잡지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잡지에는 세상의 깊고 다양한 이야기가 모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손님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하겠다는 마음가짐이죠.”

 

  - 뉴미디어 대세 속 종이 잡지의 존재 이유는

  “뉴미디어 시장이 커지면서 종이 잡지의 판매 수익은 줄었지만 매체로서의 역할은 뚜렷해지고 있어요. 과거엔 잡지가 최신 정보와 유행을 파악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어서 눈독을 들이는 광고주에 끌려다니기 쉬웠죠. 그런 광고가 빠져나간 지금의 종이 잡지에는 자신만의 관점과 철학을 가진 개인의 취향이 잔뜩 녹아있어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취향을 공유하면 팔로워 몇십 명에게만 닿을 수 있지만 잡지라는 형식을 빌리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기 쓰듯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드러낼 수 있죠. 솔직한 이야기를 터놓을 공간이 줄어드는 요즘, 잡지는 비슷한 취향을 지닌 사람을 만나는 창구입니다.”

 

  - 인스타그램 매거진이 성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시각 콘텐츠를 제공해 잡지의 본질인 편집으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어요. 종이 매체의 수명과 별개로 기획과 편집의 가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죠. 다만 경계할 필요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이 특정 공간을 추천하면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좋아요를 누르며 그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새로운 공간을 알아가는 것은 유익하지만 알고리즘이 제공한 큐레이션 때문에 비슷한 관점만 소비하고 있죠. 이러한 큐레이션이 각자만의 언어, 관점의 개성을 없애는 데 일조한다고 봐요. 편리한 추천에 자신의 시선을 지나치게 외주 맡기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보면 좋겠어요.”

 

글 | 김정린 기자 joring@

사진 | 최주혜 기자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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