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모 포스터를 발견한 것은 학업도 제쳐두고 글을 읽고 연신 키보드를 두드리던 지난 시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즈음이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열람실에서 시간을 죽이던 나는 문득 노트북 바탕화면 한구석에 박아놓은 ‘글’ 폴더를 열었다. 적당한 분량의 소설을 찾아 습작 파일 목록을 스크롤하면서, 내가 글을 쓰지 않고 보낸 시간이 고작 석 달에 불과했음을 알게 됐다. 구십일의 무심함으로 켜켜이 쌓아온 시간을 모조리 날려버릴 수 있다니. 먹고 살길을 마련하고서 느지막이 글을 써보려던 나의 오만함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요즘 나는 다시 글을 읽고 있다. 모조리 잃어버렸고 어쩌면 모든 것이 될 하나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소설 쓰기란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꼬집어 뜯고 판판하게 펼쳐서 사방에 펄럭거리는 작업이다. 더군다나 그 소설이라는 것도 여전히 부족하므로, 이번 공모의 결과를 알았을 때 나는 기쁜 만큼 부끄러웠다. 앞서 말했듯 나는 모조리 잃어버린 상태이기에 이런저런 글재주를 부려 유려한 수상소감을 쓸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감사를 표하는 일뿐인 듯하다.

  나의 첫 소설을 군말 없이 읽어주고 심지어는 재밌다고까지 말해준 소중한 친구에게, 습작마다 빠짐없이 긴 소감문과 피드백을 남겨준 친절한 이들에게, 그리고 내 글에 숨은 약간의 장점을 귀하게 살펴주신 심사위원께 마음을 다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번 경험을 미숙한 나와 나의 글을 향한 애정 어린 질책이자 응원으로 감사히 새기고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한태경(생명대 생명과학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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