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미술 등 23개 작품 전시
전공불문, 학생이 주도한 행사
“장소 섭외·예산 지원 아쉬워”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와 학생처(처장=박현숙 교수)가 주관한 고려대 120주년 문화예술주간이 13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됐다. 올해 처음 열린 문화예술주간에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문학, 음악, 미술 등 5개 영역에서 총 23개 작품을 전시했다. 행사를 기획한 김보섭 디자인조형학부장은 “고려대에 문화예술 행사가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깨고자 기획했다”며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들의 활발한 예술 활동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고려대 학생이 설립한 독립출판사 유인도는 ‘문예출판 유인도: 감각의 비망록’ 도서전을 기획했다. 중앙광장 지하 CCL이벤트홀에서 열린 이 도서전에는 유인도 외 14개 독립출판사의 책 40여 권이 함께 전시됐다. 이건우(문과대 철학24) 씨는 “재학생들이 모여 독립출판사를 만들고 운영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열정을 다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행사를 운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SK미래관 3층 하나플라자에서는 모루 인형으로 거북이와 꽃 인형을 만드는 행사 ‘피플클럽’이 열렸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태희(문과대 사학20) 씨는 “참가자들이 귀여운 피쉬와 플라워 인형을 만들어 주위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직접 동대문에서 재료를 구하고 샘플을 만들며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임예원(자전24) 씨는 “홍보물을 보고 방문했는데 거북이 인형을 만들어 좋은 추억을 남겼다”고 말했다.
파이빌99 305호에서는 디자인 동아리 RADIAN이 3D 프린터로 제작한 ‘그래비티: 형태로 떨어지는 순간’이 전시됐다. RADIAN의 21명 부원들은 ‘형태가 자라는 과정’에 관한 각자의 고민을 스케치와 모델링으로 시각화한 뒤 3D 프린트로 출력했다. 최진 RADIAN 회장은 “완성된 형태 너머 보이지 않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며 “창작물에 대한 관객 반응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뜻깊었다”고 했다.
하나스퀘어 지하 1층 아트리움에서는 디자인조형학부 산업정보디자인전공 졸업전시 ‘Tipping Point’가 열렸다. 참여 학생들이 AI를 이용한 디자인을 주제로 서비스 개발부터 UX/UI 디자인까지 직접 기획한 이 전시에는 펫로스 환자의 감정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앱 ‘사이’ 등 30개 작품이 전시됐다. 전시를 지도한 박승민(디자인조형학부) 교수는 “디지털 대전환기에 디자인과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의미를 고민하는 과제를 선정했다”고 했다. 전시를 관람한 김승우(디자인조형25) 씨는 “모의 주식 투자 시스템 등 사용자가 직접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전시도 있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예술주간 참가자들은 부족한 공간 지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디자인조형학부 졸업전시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전시 공간을 제공받았지만 그 외 학생들은 직접 공간을 섭외하고 대여해야 했다. 최 회장은 “창작 전시는 공간·예산·설비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지원이 다소 부족했다”며 “기본적인 지원이 있었다면 전시를 더 원활히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전 기획에 참여한 홍승재(문과대 철학25) 씨도 “별도의 설비 지원이 없어 CCL 등 학내 대여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했다”며 “지원금이 부족해 전시대를 구비하지 못해 박스를 쌓아 대신 했다”고 말했다. 김 학부장은 “문화예술주간 운영진이 각 부처 협조를 얻어 학생들이 원활히 공간을 섭외하도록 노력했지만 처음 진행된 행사라 부족함이 있었다”며 “문화예술주간이 정착하고 규모가 커지면 더 좋은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글 | 홍예원 기자 esotsm@
사진 | 한예리 기자 dppf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