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연구 성과, 교육전시로 표현

소장품 활용해 지역문제 해결

 

 

  박물관학은 박물관의 전시 기획·교육 등 다양한 지식을 이론과 실습으로 다룬다. 박물관 관리학자인 이정은(동아대 역사문화학부 고고미술사학전공) 교수는 박물관 교육과 지역사회 연계 모델을 꾸준히 연구하며 박물관의 교육·사회적 책임을 확장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학생과 지역사회가 함께 문화를 배우고 나누려면 대학박물관의 소장품 전시 기획과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 등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물관(관리)학이란

  “박물관학은 박물관이 문화유산을 매개로 지역사회와 대중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지 탐구합니다. 단순히 유물을 보존·관리하고 전시 준비 절차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박물관이 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까지 고민하죠. 예컨대 역사학이 과거 사실 연구에 집중한다면 박물관학은 역사 연구의 성과를 전시와 교육, 관람객 경험으로 어떻게 전환할 수 있을지 살펴봅니다. 그렇기에 학예사뿐 아니라 전시 기획자, 문화유산 관리 전문가 등이 전문성과 현장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돕죠.”

 

  - 다른 박물관과 구별되는 대학박물관만의 특색은

  “국공립 박물관에서는 예산 집행 절차와 심사위원회의 승인, 상급 기관의 지침 같은 까다로운 내부 규율 때문에 획기적인 기획안을 내도 채택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요. 공립박물관에서 근무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서류에 담긴 채 행정 절차에 막혀 실현되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봤죠. 반면 대학박물관은 기획과 운영이 비교적 유연합니다. 예컨대 학생이 낸 ‘지역민과 함께하는 소장품 체험전’ 같은 기획안을 바로 전시 프로그램으로 실현해 볼 수 있죠. 미흡하더라도 학생이 전시 기획·운영의 전 과정을 체험하도록 도와 큰 교육적 경험을 남기죠. 이러한 시도는 지역사회와 관람객에게도 참신한 전시와 다양한 문화 경험을 제공해요.”

 

  - 대학박물관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려면

  “대학박물관은 소장품을 활용해 지역사회 문제에 문화적인 해답을 줄 수 있어요. 영국의 국립 리버풀박물관의 ‘기억의 집(House of Memories)’ 프로그램은 박물관이 소장한 생활용품과 사진 등 생활사 유물을 회상 도구로 제공해 치매 환자와 가족의 삶을 개선한 좋은 사례예요. 치매 환자의 정서적 안정과 기억 자극 효과가 확인돼 프로그램을 확장한 모바일 앱까지 개발됐죠. 이런 프로그램을 대학박물관에서 진행하면 여러 학과와 연계해 수업과 연구에 곧바로 접목할 수 있어요. 박물관학과 심리학 전공자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운영하고 의학과 간호학 전공자가 치매 환자의 반응을 임상 분석할 수 있죠. 동아대가 있는 부산은 고령 인구가 많기에 동아대 박물관이 의과대, 예술대와 협력해 고령층 맞춤 웰빙·웰다잉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지역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과 대학의 사회적 책임 실현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 대학박물관이 재정난을 딛고 발전하려면

  “재정적 어려움은 늘 존재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대학이 박물관을 바라보는 관점이에요. 대학박물관을 애물단지가 아니라 교육과 연구, 창의적 실험이 가능한 귀중한 공간으로 인식해야 발전할 수 있죠. 우리 사회의 많은 문화적 성취는 전통문화의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왔고 전통문화의 원천은 박물관에 있어요. 대학 본부와 사회는 대학박물관을 수장고로만 취급하지 말고 새로운 문화적 해석과 창작의 출발이 되는 ‘창조적 자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죠.

  물론 제한된 여건으로 학문 연구와 전시, 교육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기획을 책임 있게 추진하는 관리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관리자는 내부 기획 전시를 추진하며 타 학과와 협력하고 지역사회 대상 교육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박물관의 역할을 확장해야 하죠.”

 

글 | 김규리 기자 evergreen@ 

사진제공 | 이정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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