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해온 연구를 ‘간단히’ 정리했다는 편지와 함께 700여 쪽에 달하는 식물도감이 본지 편집실에 배달됐다. 본교 강병화(생명대 환경생태공학부) 명예교수가 34년간의 연구를 총정리하는 엔 613종에 달하는 식물의 특성과 용법, 그리고 5842장의 생육 시기별 사진들이 꼼꼼히 담겨 있었다. 여전히 야생식물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강병화 교수를 안암초 앞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만났다. - 식물도감을 편찬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일반 국민들이 식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특히 사람들은 약초
제14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이기형 전 안암병원장이 취임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이기형 의무부총장은 본교 안암병원장과 진료부원장, 기획실장 등을 역임하며 병원 경영에 참여했고, 현재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을 맡는 등 학자로서도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기형 의무부총장을 직접 만나 앞으로 2년간 의료원을 이끌어갈 계획과 비전을 들었다. - 의무부총장으로서 앞으로의 각오와 목표를 부탁드립니다 “본교 의료원은 지난 몇 년간 어떤 의료기관에서도 이루지 못한 괄목할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두 개의 연구중
새내기들이 캠퍼스를 쏘다니다 고대신문을 뒤적여 보았다면, 그들은 고대신문이 다루는 다양한 주제를 보고 놀랐을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나는 새내기와는 거리가 멀다보니, 개강호가 조금 지루했다. 예상할 수 있는 기사들이 상투적인 어조로 반복됐기 때문이다. 보도면은 지난 개강호의 주제와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수강신청 문제가 생기는 것이 하루이틀일도 아니고, 등심위 결과가 보도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정의장학금 신청을 독려하는 기사도 몇 번이나 봤다. 보도면 탑 기사에 사진 대신 인포그래픽과 일러스트만 삽입된 것은 매우 아쉬웠던 부분
일러스트ㅣ정예현 전문기자
죄책감천부에서 /임경섭 우리는 계단을 내려갔다짐을 부리자마자 계단을 내려갔다눈이 쌓인 만큼 계단은 보이지 않았다보이지 않는 곳이 계단이라 믿으며 계단을 내려갔다눈이 쌓인 곳으로 소리도 사라졌다길이 길이었던 곳으로계단이 계단이었던 곳으로우리는 내려갔다내려가도 내리막이었다멀리서 벼랑을 때려대는 파도는몇천 년이고 그래왔다는 듯이파도였다 우리는 계속 계단을 내려갔다내려가다가 우리는우리가 길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별 시답잖은 생각을 다해보기도 하였다 우리는 때로 자꾸 내려가곤 합니다. 내려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우울감,
폴 칼라티니 최근 웹툰 ‘죽음에 관하여’가 재연재를 시작했다. 명작을 기억하던 사람들, 명작이라고 익히 들은 사람들이 다시금, 또는 처음으로 읽었다. 그들 모두에게 울림을 주며 만화는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그 만화가 널리 퍼질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만화 자체가 수작이라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소재를 택한 것도 중요한 요소였다고 본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죽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그저 막연하게 심
일러스트ㅣ주재민 전문기자
학생의 수요에 수업의 공급 맞춰져야 ‘빌넣.’ 누군가에게는 생소할 수도, 대학생들을 비롯한 누군가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는 단어다. 이는 ‘빌어서 넣기’의 줄임말로, 수강신청을 실패했을 때 정정기간에 교수님께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정원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수강신청이라는 치열한 경쟁에서 실패한 자들을 위한 또 하나의 패자부활전인 것이다. 개강 직후의 대학생들은 이 ‘빌넣’을 하느라 바쁘다. 학생들은 ‘빌넣’을 성사시키기 위해 교수님께 메일을 작성하고 첫 날 직접 찾아가는 등 심혈을 기울인다. 설사 학생들이 ‘빌넣’
지난 2월 20일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이 개최한 대학생 음주행태 개선대책 심포지엄에서 대학생들의 음주량과 문제음주행태가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대학생의 1회 음주량(10잔 이상)은 2009년 대학생이 26%에서 38.4%로 늘어났고, 그중 여학생의 경우 15.5%에서 32.8%로 대폭 상승했다. 1회 평균 음주량이 7잔(여자 5잔) 이상과 주 2회 이상 음주한 분율을 따지는 고위험음주율 경우, 남성 성인(19~29세)이 17.7%에 비해 남자 대학생은 23.3%이고, 여성 성인(19~29세)이 9.6%에
두 사람이 격한 말다툼을 벌이는 상황.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4가지로 나뉜다. 1) 한 쪽에 동참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2) 가운데에서 뜯어말리거나 3) 조용히 들어보거나 4) 그냥 고개를 돌리고 가던 길 가거나. 더욱이 여러 담론이 오가는 대학사회에서는 상이한 생각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학생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고민해볼 만한 지점이군’이라는 생각(3번)과 ‘또 시작이다’라는 피곤함(4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유형이다. 근거는 없지만 아마 대부분이 비슷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김지은 정무비서의 폭로 이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추가 증언이 이어졌다. 비판의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듯하다. 대선 경선 중 안희정 캠프에서 성폭력이 빈번했다는 내부고발이 있었으며 억압적인 분위기로 민주적 의사결정이 어려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전 지사 본인과 주변 조직의 비민주적 행태가 낱낱이 고발되는 모양새다. 정치가 안희정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시민들이 받은 충격은 매우 크다. 그간 주창해오던 민주주의와 자유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안희정 개인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그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2017년 1월 취임한 트럼프(Donald John Trump)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파격적 공약과 거침없는 행보로 주목받았다. 최근 또다시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와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1일 미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 모든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주요국과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3월 9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그리고 EU를 포함한 전통적 우방국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는 관세명령에 최종 서명하였다. 서명이 예정된 직전 날
2018년 지금은 터치 몇 번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시대’다. 음악 스트리밍은 우리에게 상당한 편리하지만, 음악을 단순히 ‘소비’한다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자리 잡게 했다. 이태원 3번 출구를 나와 쭉 걸어가다 보면 소비의 음악이 아닌 ‘소유’의 음악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주는 공간, Vinyl & Plastic이 자리 잡고 있다. Vinyl & Plastic은 비틀즈의 앨범 커버로 유명한 Abbey road를 연상시키는 횡단보도를 밟으며 처음 입장하게 된다. 1층 우측엔 턴테이블, 앰프, 헤드셋
한 이탈리아인의 SNS에는 한국어 욕이 난무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댓글들이 이어졌다. 그는 목숨을 해친 살인마도, 강도질을 일삼는 범죄자도 아니었다. 경기 도중 한국 선수의 다리를 밟았다는 이유로 한국 네티즌들의 육두문자 세례를 받았다. 지난 8일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이탈리아 수비수 안드레아 바르찰리는 손흥민의 다리를 밟았다. 손흥민은 고통을 호소했고 이 장면은 고스란히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분노한 한국 네티즌들은 바르찰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달려가 욕을 퍼부었다. 심지어 바르찰리의 대표팀 동료였던 다비데 아스
지난 8일 본교 화정체육관에서 ‘2018 남녀대학농구리그’가 개막했다. 지난 해 정기 고연전과 대학농구리그에서 활약했던 반가운 얼굴들은 물론, 새로 입학한 18학번 선수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관객들의 고개는 공을 따라 요리조리 움직였고, 골이 하나씩 터질 때마다 체육관은 관객들의 함성으로 울렸다. 중앙대와의 개막전에서 승리의 서막을 연만큼, 앞으로의 경기에서 고려대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글·사진ㅣ김도희 기자 doyomi@
삶은 복잡하다. 곰곰이 따져보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살아간다. 많은 이들은 원하는 것을 이루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서글프게도 삶 속에서 원하는 것이란 대부분 자신에게 없는 것인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얻기 위해선 안간힘을 다해야 한다. 그 과정은 무척 고통스럽고 복잡하다. 그런데 가끔 어떤 이들은 그러한 복잡함에서 훌쩍 벗어나 버리게 된다. 그것이 행운인지 불운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겹게 복잡했던 삶의 모습이 투명한 물처럼 단순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때가 있다.
세상이 전례 없이 빨리 변하고 있다. 옛 것에 새로운 것들이 뒤섞이면서 많은 변화가 벌어지니 여기저기 허둥대며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암호화폐 투기열풍이 그 사례가 될 수 있는데, 새로운 것이 필요에 따라 모습이 만들어지는 가운데에 과도한 사람욕심이 섞이면서 오히려 올바른 발전을 저해하던 상황이었다고 하겠다. 혼란스러워 갈피를 잡기 어렵다고 느낄 때에 다음의 격언을 되짚어보자. 물 밖에는 격랑이 일어도 그 아래 깊은 곳에는 제 길을 찾아가는 흐름이 있다. 변화의 흐름을 옳게 읽어내려 한다면,
학내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내내 분주한 곳이 있다. 중앙광장 지하에 위치한 KU종합상황실(소장=신훈교, 종합상황실)이다. 모든 교내 방범 장비에 이상 상황이 포착될 시 즉시 출동해 빠른 조치를 취하도록 종합상황실로 연결된다. 수시 순찰과 점검도 이곳에서 진행한다. 9일 오전 11시, 종합상황실 내부는 분주했다. 본교 곳곳을 비춰주는 CCTV를 담은 화면 10개가 확인하기 좋도록 배치돼 있었다. 종합상황실 좌측에 자리한 소방상황실은 소방 방재를 주관하는 부서로 장치가 화재를 잘 감지하는지, 스프링클러가 잘 작동하는지 등
지난달 학년별 정원이 설정되지 않은 채 진행된 수강신청에 학생들이 난항을 겪었다. 이에 기초교육원(원장=장동천) 측은 문제가 발생한 핵심교양 13과목에 한해 교수와의 논의를 거쳐 후속 조치를 공지했다. 기초교육원 이상조 과장은 “교수님과 논의가 된 경우 전체 정정 때 추가로 확보된 인원을 1, 2, 3학년에게 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8일 전체정정 기간이 끝난 후 일부 강좌들은 1, 2, 3학년 수강인원이 늘어났다. 하지만 ‘범죄와 사회’와 ‘생활원예’ 강좌는 여전히 4학년 정원이 전체 정원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
“김성수 동상을 철거하라! 김성수 우상화를 중단하라! 김성수 잔재를 모두 청산하라!” 8일 오후 12시 30분, 중앙광장에서 18명의 사람들이 큰소리로 외쳤다. 2월 13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촌 김성수에게 1962년에 수여된 ‘건국공로 훈장 복장(현 대통령상)’의 취소를 의결했다. 작년 4월 대법원은 인촌 김성수의 친일행위를 인정하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후 상훈법 제8조 제1항 1호(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에 따라 국가보훈처가 작년 1월 8일에 인촌의 훈장 취소를 심사 요청한 데에 따른 결과이다. 이에 제50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