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취재가 잘 안돼서 이번 주에 기사 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번 주 기사가 불안하다는 얘기는 언제 들어도 청천벽력이다. 마감 저녁까지 최대한 취재해보자며 할 수 있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지만, 곧바로 취재거리가 없는지 카톡을 보내고, 웹페이지를 들락거린다. 어찌어찌 밤새 마감을 하고 조판까지 끝내면, 대단한 발표라도 마친 양 한주 간 졸였던 맘이 홀가분해진다. 쉴 틈 없이 매주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각종 기사로 지면을 채우는 것을 하나의 과제처럼 여기게 했다. 마감에 쫓기다보면 예리한 시선과 신중한 고민으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필요한 것 중 첫 번째는 ‘소통’일 것이다. 한국어와 영어를 잇는 통역사처럼, 수어(手語)와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농인과 청인의 눈과 귀가 돼 이들의 소통과 교류를 돕는 수어통역사가 있다. 농인과 농인 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을 통해 단순한 ‘언어의 소통’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문화의 소통’을 꿈꾸는 정택진 수어통역사를 만났다. - 수어통역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수어통역은 청각 및 언어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음성언어를 수어로 변환하거나, 수어를 음성언어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한국어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의 농인(聾人, 청각장애인을 달리 이르는 말)과 언어장애인 등이 일상적,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 바로 ‘말’이 아닌 ‘동작’을 통해 소통을 돕는 한국수어다. 한국수어는 30만 명에 이르는 사용자들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쓰인다. 6월 3일 ‘농아인의 날’을 맞이해 또 하나의 언어인 수어의 특징과 그 전망을 살펴봤다. 수어는 ‘언어’다 수어는 수화라고도 불리며, 그 공식적인 용어에 대한 논의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실시된 ‘한국표준수화 규범 제정사업’으로 거슬
가천대 길병원 권역 응급의료센터는 우리나라 최초로 닥터헬기가 배치된 곳이다. 병원 1층 닥터헬기 운항통제실은 늘 고요하고 긴장감이 감돈다. 한쪽 벽을 차치하고 있는 칠판엔 5월 닥터헬기 출동 현황이 가득 기록돼있다. 닥터헬기가 도입된 2011년부터 현재까지, 헬기 안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있는 조진성 응급실장을 만났다. -8년 동안 닥터헬기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닥터헬기가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헬기를 탔습니다. 그동안 출동 건수를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대략 200~300건 정도 될 거예요. 닥터헬기 내에서는 중소병원 응급
올해 8월, 故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이름이 새겨진 국내 7번째 닥터헬기가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배치된다. 2017년 1670건의 출동 실적을 기록한 닥터헬기는 전문 의료진이 중증 응급환자가 있는 곳까지 신속하게 출동하는 수단으로, ‘날아다니는 응급실’로도 불린다. 하지만 착륙지가 없어 환자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등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로 7대 배치, 여전히 부족해 닥터헬기는 응급의료전용 헬기로 도서‧산간 등 의료취약지역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들의 신속한 이송을 돕고자 2011년부터 도입됐다
건축가의 작업은 생활공간을 조직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 우리들이 수행하는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생활은 어떠한 형태로든 공간적 범위 속에 전개된다. 그것이 외부이든 혹은 내부이든 장소의 구분 없이 생활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공간이 대응하게 되고 또 대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활상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바닥과 벽, 천장으로 구성되는 가장 간단한 공간, 그리고 공간을 형성하는 형태는 지역적 문화, 기후, 기술, 사회적 요구 등 다양한 외적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용도, 규모, 조형의 건축이 구조체를 수
어느 휴일 나른한 오후. 가끔은 침대 위에 녹아내리듯 멍하니 누워 생각에 잠긴다. 어제 미처 하지 못했던 일들, 오늘 해야 했을 것 같은 일들, 또는 내일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면서, 어쩌면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힙합 아티스트 빈지노(Beenzino)와 프로듀서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가 결성한 그룹 ‘재지팩트’가 2017년 발매한 2집 앨범 의 타이틀곡 ‘하루종일(Kadomatsu Toshiki 작사·작곡)’은 가사가 표현하는 그대로, 욕조에 몸을 담그고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며 몽상하는 모습을 그린다. 1
어디선가 날아온 까치가 참전용사의 묘비 위에 총총 올라앉는다. ‘육군 병장 아무개의 묘 一九五一년 九월 二八일 양구지구에서 전사’.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기척 드문 고요 한가운데 비석 주위를 한동안 지키다 ‘깍’ 한번 울고 다른 비석으로 휙 날아간다. 현충일을 앞둔 국립서울현충원은 지금 참배객 맞이를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생화만큼 신선하지는 않아도, 처음의 빛깔을 잃지 않는 무궁화 조화가 비석마다 하나씩 꽂혔다. 먼 옛날, 생의 끝에 애타게 휘둘렀을 태극기도 묘비 옆에 세워뒀다. 무덤을 푸르게 뒤덮은 잔디는 그들에게까지 닿아
스토리는 꽤 단순하다. 성실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늘 호평받는 주인공 카타리나 블룸은 어느 댄스파티에서 괴텐이라는 남자를 알게 되고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다음날 그녀 집에 경찰이 들이닥친다. 사실 괴텐은 경찰이 오랫동안 쫓고 있던 범죄자였고, 경찰은 그녀가 괴텐이 도주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의심한다. 이 소식은 ‘짜이퉁’이라는 신문사에 들어가게 된다. 짜이퉁은 사건과 더불어 그녀에 대해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낸다. 짜이퉁이 저지르는 왜곡은 심해진다. 그녀에 대한 호의적 인터뷰 내용도 왜곡해 선정적으로 사용한다. 그녀의 일거수일투
1878호 고대신문을 평하자면, ‘반반’이었다. 반은 흥미로운 동시에 건설적인 방향도 제시하고 있었지만, 반은 약간의 의문과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보도면의 학내 흡연부스 관련 기사는 오래된 사안임에도 새롭게 읽힌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대개 학교 측 입장과 본교 총학생회의 계획을 제시하는 데서 끝나기 쉽지만, 이 기사는 그러지 않았다. 한 걸음 더 나가, 타 대학 사례를 통해 예측할 수 있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해 제시해준 것이다. 관련해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새롭지 않은 이야기를 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는 당면한 개인 간의 문제이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할 화두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15〜16년 전인 2000년대 초반에 층간소음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된 시절이 있다. 최근에 발생한 이웃 간의 살인, 방화에 준하는 사건들이 그 당시에도 발생했고, 한동안 온 나라가 층간소음문제로 시끄러웠다. 이로 인하여 공동주택의 상하층간 바닥충격음(경량,중량충격음)에 대한 기준이 2005년도에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주택법에 명시되어 신축 공동주택에 강제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공동주택은 이미 그 성능이
이번 탁류세평은 내가 쓴 세 번째 글이면서 마지막 글이다. 마지막 탁류세평을 쓰면서 주 독자층일 20대 여러분에게 내 전공 지식을 살린, 제법 큼직한 선물을 주고자 한다. 선물은 ‘지금 당장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돈을 버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된다. 하지만 돈을 벌지 않는 사람이라도 만 18세 이상이면 신청에 의해 가입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최저 보험료인 월 9만 원에 가입하기 바란다. 보험료를 매달 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힘들면 첫 달만 내도 상관없다. 일단 가입만 하면 밀린 보험료는
오늘도 한 가지슬픈 일이 있었다오늘도 또 한 가지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부드럽게 감싸 주는헤아릴 수 없이 많은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이 시를 쓴 호시노 토미히로는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체육 교사였던 그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이다 다쳐서 목 윗부분만 빼고 전신마비가 됐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붓을 입에 물고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희로애락을 느끼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당신의 삶이 그 누군가에게는
WHO가 만장일치로 ‘게임 중독이 병이다’라는 판결을 내린 후 논란이 분분하다. 약물 중독 뿐만 아니라 도박 등의 행위 중독 역시 병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중독의 의미부터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중독은 무엇인가? 중독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행동이 건강과 사회생활에 해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집착적인 강박’이다. WHO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게임이용 장애에 대한 정의는 대략 이러하다. 첫째, 게임에 대한 통제력 부족이다.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를 못 참으며 끝내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
“○○만이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니까”. 내 또래들은 모두 ○○안에 무슨 말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낡은 문구도 이제 바뀔 때가 온 것일까. 2022년부터는, 나라에서 허락한 마약에 게임이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5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발표했다. 질병코드 ‘6C51’로 등재된 게임 장애는 2022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WHO는 게임 장애가 중독 행위의 일환일 뿐, 게임 자체가 중독물질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게임 장애
고등학생 A는 학교폭력 가해자다. 1학년 때부터 2년간 동급생 B를 괴롭혔다. 매주 상납금을 2만 원씩 요구했고, 금품을 갈취했으며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로 불러 폭행했다. A의 범죄 행각은 결국 학교 당국에 알려진다. 학교는 은밀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덮는다. “학교 위신을 고려해…복잡하고…가해자도 반성하고 있다….” 결론은 강제 화해에 “네가 이해해라”다. 드라마든 현실이든 쉽게 목격할 수 있는 학폭 사건의 전모다. 학교에서 학폭 사건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처리한다. 학부모위원, 교사위원, 일부 전문가가 학폭위를 구성한
지난 시절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안일하다. 흘러간 것이니 그냥 자연스레 잊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가수 여운은 ‘과거는 흘러갔다’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렀다. ‘지금의 내 심정을, 전해보련만, 아무리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 등.’ 하지만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을 보면 과거는 흘러간 것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현재처럼 과거가 아주 펄펄 살아있다. 그리고 그 맹위를 떨치는 과거로 인해서, 특히 악행을 저지른 누군가는 된통 뉘우치고 벌을 받는다. 대세 밴드라고 하는 ‘잔나비’의 멤버가 학교폭력 전
황광모(국어국문학과 95학번) “사진에 보이는 ‘향나무집’은 아주 특별한 날에만 가는 고급 고깃집이었어요. 지금의 맥도널드 자리 즈음에 있던 ‘목신의 오후’라는 커피숍도 유명했죠. 각 테이블에 전화기가 놓여있던 그 때 당시 최신 시스템을 자랑하던 가게였습니다. 참살이길은 당시에도 학생들이 모이는 곳. 식사를 해결하고, 친구를 만나고 시간을 보내는 곳.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던 곳. 평생 친구들과 미래를 고민하던 곳이었습니다. 고대생 모두가 이곳에 그런 추억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한예빈 기자 li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