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 온 지 어언 6개월째다. 반년 가까이 여기서 살았지만, 아직도 볼 때마다 감동하는 것이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밴쿠버의 버스는 모두 저상버스다. 걸음 보조기를 끄는 노인,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무거운 짐을 가지고 타는 사람 등 버스의 단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서다. 밴쿠버 버스는 언제든 자세를 낮출 준비가 돼 있다.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에 타는 장면을 처음 본 순간을 아직도 못 잊는다. 버스 기사는 휠체어의 존재를 알아채더니 당연한 듯 버스를 낮춰 인도와의 단차를 없앴다. 휠체어 리프트는 자동으로 내려왔고, 이를 본 승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휠체어가 자리 잡을 공간을 만들었다. 휠체어 탑승객은 익숙한 듯 버스에 들어와 자연스레 휠체어를 주차했다. 일련의 과정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놀라웠다.
지체장애인 유튜버 ‘위라클’의 ‘휠체어로 대한민국 버스를 탄다는 건...’ 영상은 한국에서 휠체어를 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휠체어 탑승객이 버스에 올라타려면, 버스 기사는 정차 후 직접 버스 바닥과 인도를 연결하는 리프트를 설치해야 한다. 단차는 여전하고, 리프트는 가파르다. 휠체어 이용자는 오로지 팔심으로 바퀴를 굴려 리프트를 역류한다. 기사는 휠체어가 들어설 공간을 만들기 위해 버스 내부 의자도 직접 접어야 한다. 이렇게나 오래 걸리는데 다른 승객의 재촉은 누가 감당하겠는가.
캐나다는 달랐다. 버스들은 낮은 리프트 경사로를 만들기 위해 버스를 낮춘다. 빠른 탑승을 돕기 위해 자동으로 리프트도 나온다. 버스 앞자리는 휠체어 우선석이다. 좌석에 앉아 있던 손님들은 일제히 일어나 의자를 접어 휠체어 탑승객을 맞는다. 캐나다 휠체어 우선석은 어린아이도 접고 펼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이 쉽다. 모두의 배려가 더해져, 밴쿠버에선 휠체어 이용자도 쉽게 버스를 탄다.
각자의 시간과 편의를 고려하기 전에, 주변인들에 관심을 두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상대의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해 나가는 것, 거기서부터 더불어 사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최도희(공정대 경제정책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