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 공정대 교수·정부행정학부
김상봉 공정대 교수·정부행정학부

 

  필자는 현재 도시정책학 전공자로서 동경공업대(TI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32년 전 사회과학인 행정학을 전공한 사람이 해외 공과대에서 사회공학을 전공하기란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그러나 30년 전 그 대학의 커리큘럼과 교육방식은 우리나라 대학과 교육부에서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코 완성하지 못한 다학제적 거대한 학부 시스템이었다. 단과대 공학이지만 철학, 경제학, 사회학, 통계학, 매스미디어, 시스템이론 등 다양한 사회과학과 인문학적 교과과정이 두루 제공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19세기 교육을 받은 20세기 사람인 우리가 21세기 젊은이들에게 22세기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오늘날 대학에서 배운 전공지식을 토대로 10년, 20년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전공 분야를 막론하고 이미 불가능한 시대에 있다. 자기가 전공한 지식과 지금까지 쌓은 전문 분야, 자기가 사회조직에서 맡은 전문 업무를 토대로 새로운 관련분야 지식을 융합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노력이야말로 평생 과제가 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영화 <블랙팬서>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이 연설하는 대목,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쌓는다”는 명연설이 있다.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 와칸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우리나라 부산과도 인연이 있어 흥미롭게 봤던 영화다. 대학에 있는 필자로서는 대학 내 전공 간의 벽을 쌓기보다 소통의 다리를 놓고 전공 간의 융합과 새로운 지식의 창출을 도모하여 함께 발전하는 대학 사회를 이루는데 당시 학장으로서 큰 감명을 받은 대목이다. 그래서 한때 대학에서는 통섭이니, 융합이니 하는 용어가 매우 호평받는 키워드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문제는 원래 복잡하고 매우 다원적이다. 특히, 세대 간, 지역 간, 젠더 간 갈등 등 다양한 진영논리에 의해 극단화 되어가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 전문 지식을 융합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이른바 “내재화된 지식”과 창의성을 토대로 스스로 “문제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기존 선진사회에서 누군가 정의해놓은 문제에 기초하여 해결 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후진 사회 문제해결 방식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후발 선진국으로 그러한 혜택을 톡톡히 누려왔다. 그러나 앞으로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복잡·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스스로 대안을 모색하는 인재가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식의 융합뿐만 아니라 사람의, 조직의, 우리 사회 공동체와의 융합이 절실하다. 정치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그저 정적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타협과 협상이 부재하고, 지역사회는 제로섬게임에 의해 누가 파이를 더 많이 차지할 것인가에 일념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 사회는 어떠한가? 소위 일류대학이라는 학생은 어쭙잖은 선민의식에 의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대학 사회 내에서도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사태가 왕왕 발생한다. 

  자기와 조금 다른 부류, 다른 유형을 인정하지 않고 배제하려는 우리 대학 현실과 사회에 어떻게 융합과 통섭에 기초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으로부터 약 1200여년 전 “성을 짓는 자는 망하고 길은 만드는 자는 흥할 것이다”라는 돌궐 명장 톤유쿡의 비문은, 시대를 한참 초월하여 오늘날 초초~첨단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 우리 대학에 큰 좌표를 또다시 제시해 주고 있다. 

 

김상봉 공정대 교수·정부행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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