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 공정대 교수·정부행정학부
김상봉 공정대 교수·정부행정학부

 

  여러분은 혹시 놈(NOMB) 증후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누군가가 개인 또는 국가기관 등으로부터 공격받고 있어도 “내 일이 아니다”라며, 방관하거나 외면하는 신드롬, 사회현상을 말합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들은 잠시 후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고 합니다. 소들은 도살장에 도착해서도 자기 차례가 되어 죽임을 당하기 직전까지도 사람들이 자기를 죽인다는 사실을 전혀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도살꾼들이 소에게 죽이러 간다고 말할 이유도 없거니와, 그동안 주인은 혹여 소가 병이라도 걸릴까 애지중지하며 소의 건강을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였기 때문에 소들은 주인을 철석같이 믿는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어느 깨어있는 소가 나머지 소들을 모아 놓고, 사실은 주인이 자기들을 잘 돌봐주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들이 병들지 않게 주인이 잘 먹이고 돌봐주는 이유는 다름 아닌 건강하고 알맞게 살을 찌워 사람들이 먹을 맛있는 고기를 생산해 내기 위한 것입니다. 시간이 되면 모두 죽일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다른 소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요? 다른 소들은 모두 이 소를 보고 주인의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욕을 하며 왕따를 시킬 것이라고 합니다(가정).

  우리 인간 사회는 어떠한가요? 인간은 스스로 그리고 당연히 소보다 훨씬 현명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근데, 한가지 사례를 들어볼까요. 지난 2008년,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매우 논란이 많았던 민간인 사찰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 민간인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게시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해당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하고, 경찰에 수사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그 개인은 회사 지분을 처분하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됩니다. 한 개인이 그동안 쌓아온 자기 사업과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은 거의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피해를 넘어, 국가 권력의 사적 남용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로, 이후 한국 사회 권력기관의 불법행위 엄단을 권고하는 사례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이렇게 국가의 강력한 권력에 의해 철저하게 망가지는데 우리 사회 구성원은 어떠했을까요? “그건 내 문제가 아니야. 그 사람이 무언가 국가 권력에 잘못 했겠지. 그 일은 내 일이 아니야”라며, 사회적 무관심과 방관적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한국 사회 다수는 방관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근데, 만약 이러한 문제가 여러분들 개인의 문제였다면, 그리고 개인 문제로 다가온다면 어떠할까요? “나는 그런 문제를 일으킬 사람이 아니고 그러한 문제를 당할 사람이 절대 아니야”라고 과연 단정할 수 있을까요? 

  고전이지만,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 체제 아래 대중의 심리적 순응 현상은 전체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심리적 노예화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고도로 첨단화되는 정보사회에서 권력자가 까딱 마음만 잘못 먹으면 또는 대중이 잘못된 권력자를 선출하면, 우리 인간 사회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개인 린치(Lynch)를 당할 수 있고, 개개 구성원은 나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방관하거나 외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고, 타인과의 연결이 느슨해진 현대사회 속에서 얼마든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룹 회의에서나 온라인상에서 개인이 전혀 의도치 않게 공격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근데, 주변에서 그러한 상황을 지켜만 보고 동료가 공격받고 있어도 내 문제 아닌 양 모른척하는 경우는 혹시 없는지요? 본인이 그러한 난처한 상황에 놓이거나 또는 본인도 모른 체 해 버린 상황은 없는지요? “나는 아니겠지”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은 우리 사회 현실 정치, 사회문제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근데, 세월호 사건, 이태원 참사는 그 누구의 문제도 아닌 현재 생활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였고, 다름 아닌 우리 사회 이웃이고, 공동체 구성원이었습니다. 우리 인간은 우리 안의 어리석은 소가 되지는 않았는지, 또는 되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해 보고 싶습니다.

 

김상봉 공정대 교수·정부행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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