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포럼 “자유민주주의 정신 공유”

민동 “4.18 의거 왜곡해선 안 돼”

 

지난달 29일 중앙광장에서 고려대 민주동우회가 고대 4.18 우남포럼 출범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29일 중앙광장에서 고려대 민주동우회가 고대 4.18 우남포럼 출범 규탄 집회를 열었다.

 

  “친애하는 고대학생제군! 한마디로 대학은 반항과 자유의 표상이다. 이제 질식할 듯한 기성 독재의 최후적 발악은 바야흐로 전체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기에 역사의 생생한 증언사적 사명을 띤 우리들 청년 학도는 이 이상 역류하는 피의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

 

  고대 4.18 우남포럼(이하 ‘우남포럼’) 창립대회가 지난달 29일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열렸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정신과 4.18 의거 정신 계승을 표방하는 우남포럼은 △이 전 대통령 건국 업적 연구·교육 △이 전 대통령 기념사업 전개 △4.19 기념사업 단체 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 전용헌 우남포럼 회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따라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며 “4.18 의거는 이 전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사건”이라고 말했다. 

  포럼 창립 계기에 대해서는 “3월 이 전 대통령 묘소 참배 후 그의 공로를 계승하고 과오를 씻어내 국민이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했다. 3월 26일 열린 이 전 대통령 묘소 참배 및 화해 행사에는 우남포럼의 창립 회원인 이기수 전 총장, 이인호(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고려대 민주동우회(이하 ‘민동’)는 우남포럼 창립을 규탄하며 지난달 28일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대자보를 게재하고 이튿날 중앙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남수 민동 회장은 “4.18 의거는 이승만 정권의 불의에 항거한 4.19 운동 정신과 궤를 같이 한다”며 “4.18 정신을 이승만과 관련짓는 건 4.19 운동이 이승만에 저항한 운동이라는 사실을 왜곡한다”고 했다. 남궁명화 민동 사무국장은 “이승만의 건국 이념과 4.18 의거의 본질이 같다는 우남포럼의 주장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전두환 정권의 정신이 동일하다는 말과 마찬가지”라며 “고려대의 유서 깊은 행사인 4.18 마라톤이 이승만을 기리는 행사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했다.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우남포럼의 주장이 4.18 정신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내현(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이승만의 건국 정신과 4.18 학생의거 이념은 역사학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며 “4.18 의거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맞선 저항이자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외침이었다”고 말했다. 위서연(사범대 역교24) 씨는 “독재자의 정신과 그 정권에 맞선 청년들의 투쟁이 같다고 말하는 건 부당한 권력에 맞서 용기를 낸 학생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4.18 의거를 비롯한 학생운동은 고려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허은(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고려대 학생들은 민주화운동을 벌인 선배들이 만든 전통을 흡수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했다”며 “장기독재, 부정선거, 민주항쟁에 대한 유혈진압을 벌이다 물러난 대통령을 복권시키기 위해 고려대의 전통과 정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남포럼은 4.18 정신과 이승만 정신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 “국민들이 4.18과 우남을 함께 이해함으로써 사회 분열을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로 하나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사회 통합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특정 인물이나 역사에 대한 일방적 미화나 찬양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했다.

 

글 | 윤지효 기자 jihyo@ 

사진제공 | 고려대 민주동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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