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날씨가 매우 쌀쌀해졌다. 한해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이 실감이 나는 요즘이다. 겨울이 찾아오고 나서야 흘러간 시간을 돌아보며 고대신문을 읽어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형 비대면 강의 부정행위 사건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한 부정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우리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뉴스에 대학교 시험에서 AI를 사용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여럿 보도됐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무작위 출제 방식 시스템, 부정행위 탐지 시스템 등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전에 ‘무엇을 위해 대학에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
고대신문 2030호 2면 ‘대학 LEET 대비 강의, “문제 풀이보다 사고력 향상 도와야”’ 기사를 접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가 1만7000명을 넘자 대학들이 LEET 대비 강의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강의 시간에 시험 기출문제 풀이를 진행한다고 한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성균관대·홍익대 등에도 이런 강의가 개설돼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학생 수요에 부응한다’는 명분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대학에 수능 대비 강의도 가능하다. 대학에 다니며 수능에 재도전하는
대학신문에 입사한 뒤 줄곧 취재부에서 일해 왔기에, 고대신문 2029호의 지면 중에서도 학내 사안 보도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1면 톱에 실린 학생회관 리모델링 기사는 단지 리모델링에 관한 정보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새로 붙은 건물명을 둘러싼 논쟁도 함께 담았다. 학생 자치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회관 건물에 기업명이 붙는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찰나, 고려대 학내에서는 어떤 의견이 오가는지를 알게 됐다. 다만, 어쩌면 가장 힘 있게 실려야 했을 총학생회의 의견은 담기지 않은 점이 다소 아쉽다. 취재부에
“파격의 전제는 격이다.” 한글 디자이너 안상수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격을 깨뜨리려면(破格) 먼저 격(格)을 알아야 한다. 신문의 격은 1면과 제목에서 드러난다. 1면은 신문의 얼굴이고, 제목과 부제는 기사의 얼굴이다. 2028호 1면 제목인 ‘연세대보다 입장권 1000장 적었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의문은 ‘무슨 입장권?’이었다. 더구나 독자가 가장 궁금해할 부분은 ‘왜’ 연세대보다 입장권이 적었는지일 텐데, 그 이유가 부제나 리드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았다. 고연전이 당시 주요 이슈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독자가 모두 그
밤이면 선선한 바람이 분다. 고연전이 지나고 나니 날씨도 제법 가을이 된 것 같다. 고대신문의 진실을 향한 열정만큼이나 뜨거운 여름에 글을 썼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가을이 왔다. 가을의 출발점에 서서 고대신문을 읽으니 그 기분이 새롭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1면에 나와 있는 정기 고연전 승리 소식이다. 이번 정기전 승리는 어느 때보다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역대 전적 20승 11무 20패에서 60주년을 맞은 정기 고연전에서 뱃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21승이 됐다. 제목처럼 ‘60년 겨뤄보니 우리가 더 잘하네’라는 소식은
고대신문 2026호에는 현직 기자의 눈으로 봐도 잘 쓴 기사가 많았다. 학생 기자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신문 곳곳에서 묻어났다. 1면에 열람실 ‘노쇼’ 문제를 지적한 기사를 배치한 것은 성공적인 편집 사례라고 본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열람실 좌석 확보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인 학우들의 눈길을 단번에 끌 수 있는 기획 기사였다. 20년 전에도 열람실 노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 학교 입장에선 해결책을 쉽게 찾기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이런 식으로 관심을 환기하는 것도 대학 언론의 역할이다. 근로장학생의 게이트 배치, 좌석 자동 반
먼저 고려대 농구부의 선전을 축하드린다. 대학농구와 응원OT 현장을 묘사하는 두 편의 기사를 읽으니 정기 고연전을 앞두고 달궈진 캠퍼스의 분위기를 상상하게 된다. 기세를 몰아 본 경기에서도 대승 거두시기를 바란다. 다만 지면 곳곳의 시각 요소가 지난 2025호의 주요 사건을 그리는 최선의 방안이었는지는 생각해 봄 직하다. 3면 응원OT 기사 본문은 현장에서 ‘뜨거운 열기’와 ‘우렁찬 함성’이 느껴졌다고 묘사한다. 자연히 화정체육관을 채운 큰 몸짓과 함성이 그려지는데, 정작 기사 사진에는 다들 앉아 있으니 차분하다. 독자가 소재에 기
14세기 영국 논리학자 윌리엄 오컴은 이렇게 말했다. “필요하지 않으면 많은 것을 가정하지 마라” 불필요한 가정은 면도날로 잘라내고 가장 단순한 설명을 채택한다. ‘경제성의 원리’라고도 불리는 이 이론은 ‘오컴의 면도날’이다. 신문사 데스크가 기자의 글을 수정하는 ‘빽’ 과정도 이 이론을 따른다.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문장이 여러 개라면 가장 단순하고 짧은 문장을 고른다. 문장이 늘어지면 면도날로 자른다. 2024호에도 그런 면도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헤드라인부터 살펴보자. 지면 기준 기사 헤드라인 13개 중 7개가 ‘키웠다’,
8월의 학교는 고요하다. 손에 전공책을 들고 수업을 들으러 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캠퍼스도 고대생들로 가득했던 참살이길도 한산하다. 고대신문은 모두가 각자만의 쉼을 찾아 떠난 8월에도 쉬지 않고 진실을 전하며 방학 기간에도 잠들지 않는 진실의 공간임을 보여줬다. 저조한 다회용 컵 사용을 보도한 기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회용 컵의 인지도 부족뿐만 아니라 이용이 번거로워 아는 사람도 잘 쓰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 재학생으로서 공감이 됐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회용 컵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꽤 있지만 사용 절차가 까다로워
굉장히 오랜만에 고대신문을 열어봤다.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났다. 취재도 꼼꼼하게 잘했고 분석력도 부족하지 않다. 대학생 기자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다만 아쉬운 점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다분히 기술적인 영역의 문제들이다. 대체로 글이 매우 길다. 지면을 열었을 때 눈앞에는 빽빽한 활자 숲이 펼쳐진다.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솔직히 ‘이 긴 글을 언제 다 읽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물론 13년 차 현직 취재기자인 나도 아주 잘 안다. 내가 열심히 취재한 내용을 지면에 모두 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글을
대학 신문은 학생 사회의 중요한 기록자이자 해석자로 기능한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학생들의 일상과 권리를 둘러싼 문제를 학생의 시선으로 짚어내고 공동체에 화두를 던지는 것이 대학 언론의 본질적인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2021호는 학내 구성원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과 고민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었다. 1면을 장식한 녹지운동장 기사에서는 학생 사회와 학교 행정 간의 갈등이 드러났다. 단순히 공간 이용의 불편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가 부족한 대관료 책정 기준, 문화 행사와 체육 행사의 모호한 구분, 편법 예약과 외부인
2020호의 고대신문은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반가웠다. 특히 보도면에선 학교에서 진행된 여러 행사 기사들로 교내의 활기찬 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위고비와 같은 약물에 관한 기사는 학내를 넘어 사회 전반의 흐름까지 담아내고 있어 좋았다. 그러나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그 ‘생생함’에 대한 의문이 든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빠짐없이 적는다고 해서 생동감 있는 기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수자인권위원회와 여학생위원회 합병 기사는 마치 회의록을 그대로 옮겨
늦었지만 고려대학교 개교 1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개교기념일은 대학의 창립 이념과 교육 목표를 되새기며 향후 비전을 수립하는 상징적인 날이다. 연세춘추 역시 연세대 창립 140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자 신문 지면을 어떻게 구성할지 깊이 고민했다. 기념일의 의미에 걸맞은 아젠다 선정과 기사 구성을 고민하느라 복잡한 머리를 더욱 싸매야 했다. 고대신문 2019호를 펼쳐 ‘개교기념호’라는 머리말을 마주했을 때 독자로서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던 이유다. 20면이라는 지면 분량만으로 고대신문 구성원들의 노력이 이미 엿보였다. 동시
산업부에서 각종 유통 기업들을 출입하며 매일 체감하는 게 있다. 별 내용 없는 보도자료라도 제목의 ‘야마’가 선명하게 잡히는 순간 메일함 클릭을 망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루에 쏟아지는 보도자료만 대략 100여 건. 그 안에서 클릭을 유도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업 입장에서는 반쯤 성공한 셈이다. 좋은 이름 짓기는 크고 작게 사람을 움직인다. 이를테면 기사의 헤드라인, 선거 슬로건, 기념품, 도시와 공동체의 정체성은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오래 존속되거나 순식간에 잊힌다. 2018호는 이러한 이름의 힘을 예리하게 짚었다. 문화면
신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글이겠지만 신문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평가되는 것은 신문의 생김새다. 그 생김새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신문 안에 담긴 사진과 기사들의 배치일 것이다. 이번 2017호는 신문의 시각적 구성 면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후보자 공청회나 정책토론회 사진은 구도가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3면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유사한 구도의 사진들이 비슷한 위치에 배치되면서 신문을 단조롭게 만들었다. 게다가 2면 아래쪽에 실린 예결특위의 사진 또한 너무나도 전형적인 사진이라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같은
3월은 개강과 함께 학내 행사가 활발히 열리는 달이다. 2016호 보도면에서도 기자들의 시선은 학우들의 열기로 가득한 캠퍼스를 향해 있었다. 합동응원전, 응원OT, 동아리박람회 등을 다룬 기사는 현장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3면에 실린 서울총학 재선거 선본 ‘바다’ 인터뷰에서도 캠퍼스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출마 계기부터 여러 공약에 대한 입장까지 내용이 촘촘하게 구성돼 있어 고려대 학생사회의 주요 이슈를 압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기자가 세상을 바라볼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균형’이다. 균형이 무너지면 글의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쓴 25매를 데스킹하는 선배의 노고를 걱정하자 오히려 “재미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을 때의 경악이란. 그런데 오늘 그 경악스러움의 10분의 1 정도를 이해한 것 같다. 이해했다고 하기엔 아직 건방진 1년차는 그토록 존경하는 선배 ‘글빨’의 100분의 1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차곡차곡 쌓인 여러분의 수고를 읽으며 할 말을 고르고 고르는 일이 괴로운 동시에 기뻤다. 일간지에서 보낸 300여일 동안 깨달은 건 의외로 기자에게 상상력이 꽤 중요한 자질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서의 상상력은 창의성을 넘어선다. 배제되었던 것,
“고려대 탄핵 찬반 집회, 학생보다 외부인이 더 많았다” 1면의 이 한 줄을 읽고 신문을 집어 들지 않을 학교 학생이 있을까. 교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의 외부인 참여 문제는 연세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화두다. 고려대도 다르지 않았을 터다. 기성언론이 대학가의 맞불 집회 또는 집회의 격한 양상에만 집중하는 가운데 고대신문의 시선은 이곳을 향했다. 탄핵 집회의 외부인 참여 문제를 얄팍하게 보도한 기성언론은 있지만, 이 문제에 초점을 둔 보도는 지금까지 없었다. 민감한 의제인데도 대학언론만의 시각으로 예리하고 적나라하게 고발한
대학 신문은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학내 일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기능한다. 하지만 학우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기에 더 큰 의의를 지닌다는 것을 지난 2012호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학우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주제를 필두로 시의성 높은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1면에 적힌 학생총회 기사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계엄에 당황한 것도 잠시, 곧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우들의 뜨거운 열기가 불탔다. 계엄 3일 후 주최된 학생총회는 정족수 미달의 우려를 불식하고 개회됐으며 이는 학내 방송국을 통해 생중계
오래간만에 열어본 고대신문은 여전히 건재했다. 균형 잡힌 아이템과 구성만으로도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2011호는 지난 학교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호였다. 마치 캠퍼스에 있는 듯한 느낌. 그만큼 생생한 내용으로 가득 찬 신문이었지만 한편으론 ‘라떼’ 시끌벅적했던 문제가 여전히 말썽인가 싶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세종총학 선거 모두 무산’ 기사다. 낮은 투표율과 선거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는 사실 세종캠의 고질적인 문제다. 전년도 이맘때 발행된 고대신문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본지 1988호 ‘세종캠, 총학·단과